티몬·위메프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했다가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여행사와 전자결제대행사(PG사)가 연대해 결제금을 돌려주라는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여행사와 PG사 모두 반발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법적 분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으로 인한 여행·숙박·항공 관련 집단분쟁조정 신청 사건에 대해 티몬·위메프가 100%, 여행사 등 106개 업체가 최대 90%, PG사 14개사가 최대 30%를 연대해 환급하라고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조정 대상이 된 피해자는 총 8054명으로 환불받지 못한 금액은 135억 원에 달한다.
소비원의 결정은 티몬·위메프가 소비자들에게 환급을 못 해주는 상황에서 사실상 여행사와 PG사가 총 결제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제 대금을 돌려주라는 뜻이다. 위원회는 “전자상거래법상 여행·숙박·항공 상품 계약의 당사자로서 청약 철회 등 환급 책임이 있다”며 “PG사들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참여자로 손실을 일부 분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여행사와 PG사들은 소비자원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여행업계의 관계자는 “여행상품을 판매한 건 티몬·위메프인데 왜 여행사가 판매사로서 환급 의무를 져야 하는지, PG사와 환급 책임 범위는 왜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차후에 티몬·위메프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여행사가 그 결제금을 사실상 다 떠안으라는 결정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PG업계 관계자 역시 “전자상거래 시장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손실을 일부 분담하는 것이 법적으로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조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는 소비자원의 논리대로면 카드사 역시 시장 참여자인데 카드사는 이번 환급 책임에서 벗어난 점도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티몬·위메프에서 6~7월 판매한 여행상품 중 받지 못한 판매 대금으로 하나투어는 약 63억 원, 모두투어는 50억 원으로 집계됐다. PG사들은 구체적 피해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한국정보통신이 가장 피해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티메프 측은 피해소비자가 채권신고를 통해 돌려받으라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회생을 진행 중인 티메프로부터 돌려받기 어렵다.
반면 소비자들은 여행사와 PG사가 소비자원의 조정안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행사와 PG사가 소비자에게 먼저 환불한 뒤 이들 업체가 티몬·위메프로부터 구상권을 청구해 대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5개월 만에 나온 소비자원의 조정안이 거부돼 민사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판결이 나올 때까지 오래 걸린다는 점도 소비자로선 부담이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의 신정권 대표는 “여행 직전 여행사에서 추가 입금하지 않으면 취소되고 나중에 환불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입금한 소비자들에게는 여행사가 환불해줘야 한다”면서 “PG사 역시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대형사들은 환불해 줬는데 한국정보통신은 해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회사별 조정안의 수용 여부에 따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소지도 있다. 중소형 여행사를 이용한 소비자의 경우 결제대금의 최대 90%까지 환급 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민사 소송에서 이겨도 여행사로부터 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
여행사 및 PG사는 소비자원의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보름 안에 조정안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정안은 강제성이 없어 여행사와 PG사가 거부하면 소비자들은 민사소송을 밟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