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과 경찰로부터 일부 사건을 이첩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수사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공수처는 부족한 인력 등 ‘수사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과 합동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9일 공수처는 이달 3일 계엄령 선포 직후 강력계 형사들이 주요 정치 인사들을 체포하기 위한 ‘체포조’로 동원됐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강상문 영등포경찰서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공수처는 강 서장을 상대로 국수본의 지시사항과 계엄 당시 경찰력 운용 상황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국수본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군방첩사령부로부터 ‘현장에 투입할 경찰관 명단을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영등포경찰서 강력팀 형사 10명의 명단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방첩사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의 체포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달 10일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 및 구금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국수본이 명단을 제공한 10명의 형사가 방첩사의 체포 시도에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10명의 형사가 국회 앞에 출동한 정황도 포착됐다. 국수본은 3일 오후 11시 32분께 방첩사로부터 ‘여의도 현장 상황이 혼란스러우니 현장에 나갈 경찰의 명단을 제공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명단을 넘겼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정치인 체포조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공수처는 이달 18일 오후 12시 20분께 국수본과 함께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을 체포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공수처는 문 사령관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시작했다.
문 사령관은 계엄 당일 정보사 특수임무대(HID)를 국회의원 체포조로 동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이번 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경기 안산시 소재의 한 패스트부드점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계엄을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앞서 국수본은 이달 15일 문 사령관을 내란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지만, 검찰은 현직 군인인 문 사령관은 군사법원의 영장에 의해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불승인했다.
이후 국수본은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함께 꾸리고 있는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했다. 공수처는 고위장교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공수처는 문 사령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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