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 담장을 넘으며 큰 주목을 받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연일 광폭 행보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회의장으로는 이례적으로 국방·외교 부문에 더해 경제 부문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우 의장은 탄핵 정국에서 안정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진행하며 주요 정치인 신뢰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우 의장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을 찾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예방했다.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한은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의장과 한은 총재의 만남은 2022년 7월 21대 국회 김진표 전 의장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이번 면담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한은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 의장은 “가계부채 안정화, 금융시장 변동성 관리, 수출 회복 지원을 위한 금융 당국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내수 활성화와 경기 부양을 위한 적절한 정책 조율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단기 처방에 그치지 말고 시장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총재는 “비상계엄 이후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고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정부와 함께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극 대응,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의회 외교도 이어가고 있다. 12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를 접견했고 주요국 대사들과의 만남도 계획 중이다. 이날은 외신 기자회견에 이어 5개 종단(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성균관) 대표들과 회동을 갖고 계엄·탄핵 시국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우 의장은 17일 경제 4단체 수장들을 만나 ‘의장 특사단’ 파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사단은 다음 달 초·중순 파견을 목표로 구성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2개국에 특사단을 파견할 방침이다. 우 의장은 18일에는 철원 육군 3사단 백골부대 전방 관측소(OP)를 방문, 지형 및 경계 작전 현황 등을 보고 받기도 했다. 매년 국회의장은 전방 부대를 방문하는데 공교롭게 주요 일정과 시기가 겹치면서 행보가 주목 받았다.
우 의장이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그를 차기 대권 주자로 언급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우 의장의 고등학교·대학교 동창이 대표이사로 있는 상장기업을 ‘우원식 테마주’로 분류해 거론하고 있다. 다만 우 의장은 이날 외신 간담회에서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며 “임기가 2026년 5월 30일까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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