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품었고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명예의 전당’ 입성까지 이뤘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리디아 고는 “동화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그의 동화는 1월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챔피언스 토너먼트에서 시작됐다. 2012년 15세의 나이로 미국 LPGA 투어 캐나다 여자오픈 정상에 올라 투어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리디아 고는 12년이 지나 통산 20승 금자탑을 세웠다. 무대는 시즌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챔피언스 토너먼트. 특히 지난해 갑자기 찾아온 슬럼프로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시즌 첫 대회에서 우승해 그 기쁨은 더 컸다. 2022년 3승과 올해의 선수상, 베어트로피(평균타수 1위), 상금왕을 휩쓸었던 그는 지난해 20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4차례, 톱10은 두 번에 그쳤다. 우승 후 그는 “내가 다시 우승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시즌 첫 번째 대회에서의 우승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결과”라고 했다.
이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포인트 26점을 만든 리디아 고는 곧바로 이어진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에서 입회에 필요한 1점을 채우는 듯했다. 2주 연속 우승과 함께 명예의 전당으로 가는 문을 활짝 열어젖히려던 그는 넬리 코르다와 2차 연장 끝에 패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아쉬움은 8월 열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말끔히 씻을 수 있었다. 리디아 고는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입성을 이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은메달, 2021년 도쿄 대회 동메달에 이어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이자 색깔별 메달 획득에 성공했고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가입에 모자랐던 포인트 1점도 채웠다. 2016년 박인비가 세웠던 명예의 전당 최연소 가입 기록(27세 10개월)도 27세 4개월로 경신했다.
그리고 2주 뒤 리디아 고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까지 제패하며 ‘동화 같은 시즌’의 클라이맥스를 찍었다. ‘골프의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역대 세 번째로 열린 대회라 더 뜻깊었다.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7언더 281타를 기록해 2위 그룹 4명을 2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8년 여 만의 메이저 우승으로 5개의 메이저 중 3개를 정복했다. 또 한 달 뒤에는 크로거 퀸시티 챔피언십 정상에 서 시즌 3승이자 통산 22승째를 달성했다. “초현실적이다. 지난 두어 달 동화 같은 일의 연속이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늘 나의 목표였다. 난 이미 동화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다. 못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리디아 고는 최근 끝난 안니카 드리븐 대회 중 골프채널 방송 부스에서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축하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언젠가는 내 경력도 끝이 날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안다”며 “그 시간이 올 때까지 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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