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고사양 제품이 중국으로 유입되자 미국 정부가 관련 조사에 돌입했다. 동남아나 중동 등에서 중국으로 흘러가는 AI 칩을 원천 차단하는 새로운 제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 시간)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에 지난 1년간 중국으로 유출된 자사 칩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최근 자사 제품을 서버에 내장해 판매 중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와 델테크놀로지스 등 서버 업체에 동남아시아 고객에 대한 현장 점검을 요청한 상태다.
상무부의 요청은 미 당국의 강력한 대중국 AI 칩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칩이 중국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조치다. 상무부는 2022년 10월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AI 칩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저사양 AI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중국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를 포함한 140개 기업에 대한 수출까지 제한했지만 중국 국영기관 수십 곳이 엔비디아 칩을 구매한 정황이 잇따라 포착됐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이 자사에서 구매한 엔비디아 칩이 내장된 서버의 일련번호를 복제해 접속할 수 있는 다른 서버에 연결하거나 밀수업자들이 서버 운영 체제의 일련번호를 변경하는 수법으로 칩의 추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AI 반도체 판매 및 유통 과정에서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당국이 동맹국들은 제한 없이 AI 칩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적대국은 AI 칩 구매를 완전히 차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 외 국가들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대한 지지 정도에 따라 구매 가능한 할당량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NYT는 “미국 정부가 AI 칩 판매 통제를 강화해 외교적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엔비디아는 이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규제 완화를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근들과 접촉하는 등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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