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2차 출석 요구를 통지했다. 경찰이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대면 조사하는 등 내란 혐의를 겨냥한 수사 당국의 사정 칼날이 차츰 윤 대통령을 향하는 모습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미 검찰의 두 차례 소환 조사를 거부한 데 이어 경찰의 1차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데다 변호인단 구성 또한 마치지 않아 실제 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공조수사본부는 20일 윤 대통령에게 이달 25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내용의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차정현 공수처 부장검사 명의로 작성된 출석요구서가 통지된 곳은 윤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부속실 등 3곳이다. 특급 우편과 전자 공문으로 출석요구서가 보내졌다. 혐의로는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가 적시됐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이 현직이라는 점에서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평일보다 청사 출입 인원이 적은 공휴일로 조사 날짜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겨냥한 사정 기관의 수사는 압수수색, 구속·체포 등으로 차츰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국수본 특별수사단는 이날 한 권한대행을 포함해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 참석자 9명을 피의자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대면 조사 사실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12명 가운데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제외하고 수사를 위한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국무위원 가운데 피고발인에 대해서는 2차 소환을 검토 중이다. 또 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박종준 대통령 경호실장도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지호 경찰청장 등은 조사 과정에서 “박 처장으로부터 ‘좀 뵙자 하신다’는 전화를 받고 안가로 향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당시 자리에 전임 경호처장인 김 전 장관도 동석한 만큼 경찰은 박 처장의 계엄 사태 연관성을 별도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이날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내란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사정 기관의 수사 방향이 차츰 윤 대통령을 향하고 있지만 실제 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기까지는 변수가 많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공수처는 앞서 16일 윤 대통령에게 18일 조사를 받으라고 1차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불발됐다. 윤 대통령이 별도 회신 없이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도 15일과 21일 두 차례나 윤 대통령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소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윤 대통령이 방어권 보장을 위한 변호인단 구성이 필요하다며 ‘지연’ 전략에 나설 수 있어 25일 실제 소환 조사가 이뤄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세 차례가량 불응할 경우 체포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변호인 선임 등을 사유로 불응하면 방어권 보장에 따라 즉각 체포 영장 청구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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