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행정실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전북교육청이 감사에 나섰다.
20일 전국공무원노조 전북교육청지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3년차 8급 교육공무원인 A씨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택에는 고인이 쓴 유서도 있었다. A씨는 부동산 매매 계약서 봉투에 “모든 소유권 등의 권리는 가족의 결정에 위임한다”, “정상적으로 일을 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또 A씨의 핸드폰에서 20여개의 음성녹음 파일도 확인됐다. 유족이 공개한 녹음파일에는 “죽겠네요. 진짜. 내가 아주 징글징글하네”, “나랑 근무하면 죽겠잖아요. 선생님도 빨리 가세요. 나랑 근무하니까 죽겠죠” 등 행정실장의 폭언이 담겼다.
노조는 "고인이 남긴 휴대전화 음성 녹음 파일 등을 보면 상급자로부터 오랜 기간 괴롭힘을 받은 정황이 드러난다"며 “사람을 벼랑 끝에 설 수밖에 없을 만큼 심리적인 고통을 준 당사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행정실의 업무가 과중해진 것도 이번 죽음의 한 원인"이라며 "전북교육청은 감당할 수 없는 업무 및 근무 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2인 행정실 차석으로 근무하던 고인은 평소 감당하기 버거운 업무로 힘들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A씨의 친구로부터 업무 과중 때문에 다른 학교로 전보를 신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른 학교로 전보를 3번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행정실장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학교 측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평소 고인의 업무를 늘 대신 처리해주는 입장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지만 절대 인간적으로 괴롭힌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갈등이 생길 때마다 서로 업무과정에서 생긴 아픔을 위로해 주는 등 마음을 풀었다”며 “이런 일이 생길 줄을 몰랐다. 너무 슬프고 힘들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16일 "감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상응한 조처를 하고 재발 방지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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