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체류 자격 E-9) 최대 상한(쿼터)을 4년 만에 줄이기로 했다. 경기 침체로 민간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여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국인력통합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 외국 인력(E-9) 도입 쿼터를 올해 16만 5000명보다 약 21% 줄여 13만 명으로 정했다. 대신 계절 근로(E-8) 쿼터를 6만 8000명에서 7만 5000명으로 약 10% 늘렸다. 둘을 합친 전체 비전문 외국인력은 20만 7000명이다.
외국 인력(E-9) 쿼터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5만 명 선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12만 명, 올해 16만 명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올해 실배정 인원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약 7만 명(11월 말 기준)에 그쳤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기 변화와 취업이 가능한 다른 비자의 외국인 활용 증가세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려되는 점은 내년 민간 외국인 고용 여력이 올해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하는 업황 경기전망지수는 11월부터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고용부가 지난달 발표한 사업체노동력 조사를 보면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전년 동기 대비 0.5%(9만 2000명) 느는 데 그쳤다. 이는 2021년 3월(7만 4000명) 이후 43개월 만에 최소 폭이다. 장기화된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외국 인력 비중 높은 건설업 고용이 살아나지 않은 결과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탄핵 정국의 고용 영향을 분석한 결과 만일 외환위기처럼 탄핵 정국이 대외신인도를 낮춰 금융시장 위험으로 전이된다면 노동시장 충격이 더해질 것으로 우려됐다. 노동연구원은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을 12만 명으로 전망했다. 올해 18만 2000명보다 34%나 줄은 수준이다. 연구원은 “철강·유화·2차전지 등 산업 경기 악화로 구조조정이 발생하고 대외신인도까지 추락하면 내년 고용 증가는 10만 명 달성이 어렵고 고용의 질 악화가 동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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