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이라니 마른하늘에 이런 날벼락, 청천벽력(靑天霹靂)이 따로 없다. 아무리 그럴 듯한 이유를 갖다 대더라도 국민 앞에 총부리를 들이대고 군홧발로 국회를 짓밟는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몇 시간 만에 비상계엄 사태가 해제가 된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그로 인한 엄청난 경제적 피해와 충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떠넘겨졌다.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웠던 판국에 비상계엄이 몰고 온 정치 난국까지 겹치며 경제판이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불안감이 고조됐다. 경제 수장으로서의 대통령이 직무 정지 되고 직무대행 체제가 들어서면서 생기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 직무대행 하에서 종전에 세워둔 경제정책들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특히 15조 원 플러스 알파로 추진돼 온 2024년 하반기 공공 부문 투융자 사업들이나 20조 원 이상 투입될 예정이었던 민자 사업들이 2025년에 어떻게 추진될지 확실하지 않다.
지금쯤 활발하게 수립되고 있을 2025년도 경제정책방향도 대행 체제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불확실하다. 윤석열 정부가 종전에 역점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국회나 정치권에서 반발을 심하게 받았던 4대 개혁안들이 어떻게 추진될지 역시 미지수다.
그 위에 정책을 세우고 수행해 나갈 공무원들도 불확실성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의 정책들이 연속성을 갖게 될지 아닌지 전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달린 상황에서 여태껏 추진해 오던 정책들에 대한 공무원의 의지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 혹은 자금 지원 등 금융기관의 협조가 꼭 필요한 정책인 경우 정책 당국의 영향력이나 통제력이 크게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들이 보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비상계엄 사태가 초래한 탄핵 국면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민생 경제를 수습하기 위해 여야와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히 협력하고 소통해야 한다.
여당은 아직도 집권당이라고 강변하면서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외면할 것이 아니다. 민생에 관련해서는 야당의 말을 경청하고 국민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공통분모를 찾아내야 한다. 야당도 국회 의석수만 믿고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여당과의 의견 차이를 좁혀 절충점을 찾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여야 모두 각자의 행동들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여야가 합의해서 올리는 법안이라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제 초미의 관심사는 추경이다. 평상시라면 정부 말대로 추경이 불필요했겠지만 비상계엄으로 심각한 경제 충격이 발생한 만큼 추경 요건이 충족된다고 생각한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추경을 논의하되 비상계엄으로 인해 발생했거나 앞으로 발생할 경제적 충격의 규모를 면밀히 분석하고 그 피해를 복구하는 범위 내에서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추경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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