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밤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12·3 비상계엄', 선포 2주가 훌쩍 지난 현재 검·경·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 등 4개 수사기관이 대통령을 비롯한 계엄 사태의 관련자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이달 1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국조본)와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을 결성하고 합동 수사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비상계엄 관련자 수사가 검·경·공수처 등으로 나뉘며 수사 혼선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이를 돌파할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이 비상계엄 당시 이른바 ‘체포조’를 동원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의 강제수사를 받고 공조본을 구성하던 국조본 또한 계엄 가담 의혹 등으로 전날 공조본을 나오면서 수사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수사 정국, 계엄 선포 3주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 상황을 톺아봤다.
검찰 빼고 공조본 결성…경찰·공수처·국방부 수사 역량 합쳐
150여 명 규모의 특별수사단(특수단)을 꾸리고 12·3 비상계엄 수사를 이어오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달 1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국조본)와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을 결성하고 수사 협력에 나섰다.
특수단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공조본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수본의 수사경험과 역량, 공수처의 법리적 전문성과 영장 청구권, 국방부 조사본부의 군사적 전문성 등 각 기관의 강점을 살려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중복 수사로 인한 혼선과 비효율 문제를 해소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당초 내란죄 수사 권한은 있지만 직접 법원에 영장 청구 권한이 없던 경찰이 공수처를 등에 업고 계엄 수사에 탄력을 얻었다는 평가다. 공수처 또한 검·경의 속도감 있는 수사에 다소 밀리는 느낌이었는데 공조본 결성으로 수사 역량을 더했다. 다만, 여전히 검찰과의 협력이 요원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며 혼선이 다소 해소된 듯했지만, 최근 경찰이 계엄 당시 ‘체포조’를 운용했다는 등 의혹에 대해 검찰이 경찰 수뇌부를 다시 한번 겨냥하는 등 주도권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시도…진입 못하고 임의제출 받아
공조본 결성으로 수사 역량을 한층 더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달 11일 대통령실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검·경·공수처가 비상계엄 수사에 뛰어든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내란죄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압수수색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비상계엄 최고 책임자에 대해 수사의 총구를 겨눴지만, 경호처의 저지로 무산됐다. 출입 등록 등 절차를 완료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다.
1차 저지를 당한 특수단 요원들은 대통령실 민원실 2층 회의실에서 대기하며 경호처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지만 끝내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않았다. 8시간가량의 대치 이후 극히 일부 자료에 대해 ‘임의제출’ 형식으로 협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국수본 관계자는 “대통령실에 압수수색을 나간 경찰 특별수사단이 경호처로부터 자료를 극히 일부 임의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비록 압수수색에는 실패했지만, 내란죄의 정점에 사실상 대통령이 있다는 경찰의 판단이 대내외로 드러났다. 검찰도 김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에 “(김 전 장관이)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적시하는 한편 이후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면서는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하면서 그를 비상계엄 사태의 우두머리로 판단했다.
‘軍 인사' 줄소환에 구속…확대되는 경찰 수사
대통령실 압수수색까지 나선 경찰은 이달 12일 군에 대한 강제수사도 나섰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를 압수수색 한 경찰은 국방부에서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과 관련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보안폰(비화폰)을, 수방사에서 서버를 각각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은 군이 계엄 당시 국방부,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 1500여 명이 동원된 사실을 조사를 통해 파악하는 등 43명의 군 관계자를 조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검찰이 전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달 15일, 경찰은 전·현직 군 정보기관 고위급 간부들과 함께 계엄을 사전모의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이를 주도했다고 알려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을 긴급체포했다.
문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경기도 과천시 소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 투입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내란의 설계자이자 주범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긴밀한 소통을 하면서 민간인 신분으로 계엄 준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통령 소환 임박?…출석 요구서 전달했지만 수취 불발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한 차례 나섰던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는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출석 요구서를 이달 16일 전달하려고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최초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출석 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찾은 공조본 관계자들은 1시간여 대기 끝에도 결국 요구서를 전달하지 못하며 돌아섰다.
대통령실과 대통령 경호처가 모두 출석 요구서 수령이 자신들의 업무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협조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공조본은 우체국 등기 등으로 다시 출석 요구서 전달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수취거부’로 반송됐다. 공조본은 “공조본이 보낸 우편 출석 요구서는 우체국 시스템상 수취거부로 반송됐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한 소환 통보를 하고 거절당하자 경찰과 같은 날 2차 통보에 나섰다. 비상계엄 수사기관이 앞다퉈 대통령 소환을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대통령의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될 경우 절차상으로 체포영장 발부까지 가능하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 2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을 때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은 현재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데다 변호인단 구성 절차를 이유로 일체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대리인 격인 석동현 변호사는 이달 19일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 출석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에는) 절차적 단계가 있다. 때가 되고 필요하게 되면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아직 조사받을 단계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경찰도 내란 가담 의혹…檢, 국수본부장 휴대폰 압수에 간부 소환
검찰이 비상계엄 당시 이른바 ‘체포조’를 가동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을 수사 대상에 올리며 참고인 신분인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의 휴대폰을 전격 압수했다. 수사기관 간의 주도권 싸움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19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실과 영등포경찰서, 국방부 조사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하고 우종수 국수본부장,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 강상문 서울영등포경찰서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국방부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계엄령 선포 직후 영등포경찰서 강력계 형사 10명이 주요 정치 인사들을 체포하기 위한 ‘체포조’로 동원됐다는 의혹을 들여다보는 검찰은 체포조 의혹과 관련해 경찰청 국수본 주요 인사들에 대해 소환조사도 진행한 바 있다.
국수본은 이달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군방첩사령부로부터 ‘현장에 투입할 경찰관 명단을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영등포경찰서 강력팀 형사 10명의 명단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방첩사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의 체포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달 10일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 및 구금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국수본이 명단을 제공한 10명의 형사가 방첩사의 체포 시도에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10명의 형사가 국회 앞에 출동한 정황도 포착됐다. 국수본은 3일 오후 11시 32분께 방첩사로부터 ‘여의도 현장 상황이 혼란스러우니 현장에 나갈 경찰의 명단을 제공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명단을 넘겼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정치인 체포조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국수본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국수본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장으로서 엄정한 수사를 위해 공조수사본부까지 꾸린 상황에서 참고인의 휴대폰을 압수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앞으로도 공조본 체제로 흔들림 없이 철저히 수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수사 주요 내용
·12월 5일(목)
비상계엄 관련 고발장, 국수본 안보수사단 배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출국금지
·12월 6일(금)
국수본 안보수사단에 120명 규모 전담수사팀 구성
·12월 8일(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압수수색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긴급출국금지
수사관 30여명 추가 투입해 특별수사단으로 확대
·12월 9일(월)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상민 전 장관 등 소환 통보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출국금지 조치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출국금지 조치
·12월 10일(화)
국무위원 등 11명 출석 통보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조사
·12월 11일(수)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긴급체포 및 구속영장 신청
국수본-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국방부 조사본부 공조수사본부 출범
대통령실 압수수색 시도. 경찰청, 서울청 등 압수수색
·12월 12일(목)
국방부, 수방사 압수수색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청장 구속영장 신청
·12월 13일(금)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청장 구속영장 발부
·12월 15일(일)
계엄 당시 군인 1500명 동원 사실 파악, 군 관계자 43명 조사
문상호 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긴급체포
·12월 16일(월)
국무위원 7명 참고인 및 피고발인 조사 (한덕수 미포함)
검찰, 문상호 정보사령관 긴급체포 반려
공조본, 대통령실/관저에 출석요구서 전달 불발
·12월 17일(화)
문상호 정보사령관 구속영장 신청
尹 관저에 우편으로 출석요구서 전달
대통령 경호처 압수수색 시도, 경찰청장 공관 압수수색
·12월 18일(수)
검찰, 공조본으로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사건 이첩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구속
·12월 19일(목)
검찰, 우종수 국수본부장 휴대전화 압수
검찰, 국수본 간부 2명 소환 조사
·12월 20일(금)
묺상호 정보사령관 구속
尹 대통령 2차 소환통보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구속 송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