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산자동차와 혼다가 경영 통합을 협의 중인 가운데 중국 시장 부진과 현지 합작 기업들과의 조율 난항으로 시너지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양사의 판매가 5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데다 통합 후에도 경쟁력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양사 모두 중국에서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사업을 운영해온 탓에 통합 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에서 “단순 통합만으로는 쇠락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메이커 BYD의 올해 1∼11월 판매 대수는 약 376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으며 대부분은 내수용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혼다의 중국 판매는 31% 감소한 74만 대를 기록했고, 닛산은 11% 줄어든 62만 대에 그쳤다. 한 일본계 대기업 간부는 “BYD가 ‘저가’로 가격 경쟁을 주도하면서 일본과 유럽의 주요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빼앗기는 ‘체력 싸움’에 빠져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부진의 여파로 혼다는 중국에서의 내연 차량 생산능력을 기존 연간 150만 대에서 96만 대까지 축소하고, 수천 명의 인원 감축도 고려하고 있다. 닛산은 올 3월 ‘2026 회계연도까지 중국 판매 100만 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달 이를 철회했으며 실적 악화로 공장 폐쇄까지 검토 중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자국산 EV를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90%에 달해 소비자 의식 면에서도 중국 기업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이미 경쟁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진행해 온 현지 사업의 형태 역시 향후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경우 한때 외국 자동차 기업의 단독 생산·판매를 제한했었다. 이에 대다수의 해외 브랜드들은 현지 기업과 합작 형태로 사업을 전개해 왔다. 닛산과 혼다의 경우 일부 제휴사를 공통으로 갖고 있지만, 통합에 따른 사업 합리화 과정에서 다른 파트너사와의 구조조정 논의가 불가피하고, 이해관계 조정이 복잡하게 얽힐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경영을 통합해도 쇠퇴 흐름에 제동을 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은 닛산과 혼다의 경영 통합 협의에 대해 “시너지를 찾기 어렵고, 현실적인 거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혼다가 이번 거래에 나선 것은 일본 경제산업성에 떠밀린 것”이라며 정부 압력설을 제기했다. 오는 23일 온라인으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그는 닛산의 경영 상황에 대해서도 “미국과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으며 미래 계획도 보이지 않는다”며 “닛산의 내부는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보수 축소 신고 혐의로 일본에서 체포됐다가 보석 석방됐다. 이후 2019년 12월 악기 상자에 몸을 숨긴 채 항공편으로 극적으로 일본을 빠져나왔고, 자신이 닛산 경영진들이 꾸민 음모의 희생자라고 호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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