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3 생명표’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0.8년, 10년 전보다 2.1년 증가한 수치로, 기대수명이 꾸준히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대수명이 증가할수록 고령화가 심화하고 경제활동 연령층이 확대되다 보니, 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과거 은퇴 후 손주를 돌보거나 여유롭게 여생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이들은 경제활동과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월 W세대(1955~1974년생) 5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연히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90%는 ‘손주 돌봄’이 아닌 ‘근로’를 택했고, ‘자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81.7%에 달했다. 응답자의 41.3%는 현재 업무 능력이 20~40대와 비슷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 속 시니어를 위한 일자리는 점차 다양화는 추세다. 민간 기업 뿐만아니라 각 지자체에서도 지역 문화재 도슨트, 농작물 손질, 취약계층 노인을 돕는 ‘노-노(老-老) 돌봄’ 등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하는 시니어가 증가하는 만큼 건강 관리의 중요성도 커졌다. 특히 '척추관협착증'은 노화, 지나친 허리 사용으로 인한 척추 압력 과부하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직장인들이 은퇴 후 주의해야 할 대표 질환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연간 약 180만 명에 이르며, 그 중 60세 이상 고령자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의 퇴행으로 두꺼워진 인대나 척추뼈 끝에 자란 골극이 척추관과 내부 신경을 압박해 발생한다. 허리 통증, 다리 저림, 좌골신경통 등이 주증상이다.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허리가 앞으로 점차 굽어져 ‘꼬부랑 할머니병’이라고도 불린다. 오래 걸으면 다리 통증과 감각 저하로 쪼그려 앉아 쉬어야 하는 신경인성 파행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척추관협착증은 비수술 치료법으로 호전이 가능하다. 한의학에서는 추나요법, 침·약침,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를 시행한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직접 틀어진 척추를 바로잡아 신경 압박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침·약침 치료는 통증과 염증을 줄이고 손상된 조직과 신경 재생을 촉진한다. 한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약해진 척추에 영양을 공급해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약침 치료가 통증과 염증을 빠르게 낮춘다는 사실은 자생한방병원이 진행한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SCI(E)급 국제학술지 ‘약리학의 개척자(Frontiers in Pharmacology)’에 게재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약침 치료는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 매개 인자(iNOS, COX-2, IL-1β, TNF-α)를 억제하고, 항염증 인자(IL-10, Arg1)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 관련 수용체(TRPV1, IB4, CGRP) 및 급성·만성 통증 유발 유전자(IL1RN, SCN9A)의 발현도 줄여 척추관협착증 증상을 완화하는 데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또 세로토닌, NF200 등의 신경 재생 인자를 활성화시켜 운동 기능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기대수명 증가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장기간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만큼 건강한 신체와 질 높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준비도 필수적이다. 건강 관리와 경제적 준비를 병행한다면 고령화 시대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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