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국 안정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가 곧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의장의 제안을 수용해 민생과 안보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5일 국회를 방문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국회와 정부의 국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조속히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한민국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여야정 협의체가 제대로 가동되려면 한 권한대행, 우 의장, 여야 정당 대표자 등 ‘4두 체제’가 계엄·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뜻과 지혜를 모으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여야는 협의체 구성 및 의제 등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협의체가 탄핵 정국을 헤치고 순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여야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 거부권과 헌법재판관 임명을 놓고 정반대 주장을 하는 바람에 한 권한대행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거대 야당은 ‘탄핵’ 운운하면서 한 권한대행 흔들기를 노골화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한 권한대행을 향해 24일까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포하라고 촉구하면서 “24일까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그 즉시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민주당이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해놓고 한 권한대행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다. 헌법 53조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되어 15일 이내에 공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야당이 시한까지 못을 박고 법률 공포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정 협의체를 신속히 구성해 정치·경제의 조속한 안정을 꾀하겠다는 민주당의 말이 진심이라면 지금은 한 권한대행이 이끄는 정부를 흔들 때가 아니다. 여야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쟁을 멈추고 반도체특별법·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함으로써 정치 불안 해소의 신호를 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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