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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안보 공백만은 없어야 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우크라 북한군 사망' 불만 외부 전가

北 군사 도발 감행, 선 넘을 수도

여야 합의 국방장관 임명 서두르고

일선 부대 대비태세 만전 기해야





동지가 막 지난 요즘 전방 고지의 밤 기온은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 155마일 비무장지대 경계 근무에 나서는 장병들은 강추위와 고독감 등으로 겨울나기가 후방 부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신세대 장병들이 버티는 힘 중 하나는 군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가 질 적에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적이 호시탐탐 우리의 영토를 노리고 있다는 강인한 안보의식은 부족할지라도 군인으로서의 맡은 바 임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는 기성세대 못지않다.

12·3 계엄 소동은 군의 역할과 사기에 치명상을 입혔다. 내년도 61조 원으로 예상되는 국방비와 50만 명의 대군은 한반도 분단 체제에서 적으로부터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중한 자산이다. 단군 역사 이래 최강이라는 군이 내란 행동대원으로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수도권에 주둔한 특수부대 정치군인들로 인해 군령과 인사 체계는 기형적이 됐다. 특정 고교 인맥 중심의 변태적인 인사 독점으로 군인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무장들은 설 자리가 좁아졌다. 1억 대의 스마트폰이 작동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에서 심야에 병력을 동원한 비상계엄이 가능하다는 판단은 무속이나 역술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 군 수뇌부의 답답함과 비현실적 사고는 밤새 이야기해도 끝이 없다.



하지만 소를 누군가는 키워야 한다. 특히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총알받이가 되는 상황에서 북한군의 행태는 전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북한군 사망자 정보가 다양한 경로로 북한 내부에 확산되면 김정은은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전가하는 대남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군의 경고성 비행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있지만 언제 북한이 서해 5도 기습 도발 등 레드라인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탄핵 정국이지만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해 우선 여야가 합의해 국방부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 국방장관의 공백이 길어지면 군 지휘 계통의 난맥으로 안보 태세는 불안정해진다. 일단 국방장관 공백하에서 한 치의 틈도 생기지 않도록 일선 부대장들은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한다. 지휘관들은 동요하는 장병들을 다독이고 흔들리는 군사 대비 태세 확립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북한은 계엄 사태 7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남한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물밑에서 남한 각계 인사를 대상으로 분열 심리전 공작을 전개할 것이다.

분단 체제라는 이유로 금기시된 문민 출신의 국방장관 임명도 검토해야 한다. 미국은 민간인 출신이거나 군 출신이더라도 퇴역한 지 7년이 지난 인사를 국방장관에 임명한다. 군에 대한 문민 통제는 미국 민주주의 설계자들의 확신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기 내각에서 프린스턴대 ROTC 출신 예비역 소령이자 방송국 앵커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우리 군의 일탈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한 줌도 안 되는 극소수 장군들로 인한 혼란과 혼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계 근무에 충실하고 훈련에 여념이 없는 장병들을 격려해야 한다. 허탈한 연말이지만 시간을 내서 추위에 고생하는 전방 부대 위문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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