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성공적으로 발사된 우리 군의 정찰위성 3호기는 이미 지난 10월 인천공항에서 미국행 항공기에 올랐다. 각종 점검과 조립까지 약 2개월 간 최종 작업을 마친 후 마침내 우주로 향했다. 정찰위성 3호기는 앞서 발사된 1·2호기, 내년 발사될 4·5호기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각종 움직임을 샅샅이 감시하는 임무를 맡을 예정이다.
우리 군의 정찰위성 개발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20년 전인 2003년부터다. 계획과 취소를 거쳐 2013년에 방위사업청의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드디어 사업 계획이 의결됐으나 부처 간 협의, 사업자 선정 등으로 5년여 간 표류하다 2018년에서야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총 1조2000억 여원을 들여 5기의 정찰위성을 발사한다는 이 계획에는 ‘425사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위성에 탑재되는 촬영 장비인 합성개구레이더(SAR·사), 전자광학(EO·이오)에서 이름을 딴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던 만큼 적잖은 우려가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1호기, 지난 4월 2호기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리 군의 우주 진출이 실현됐다.
정찰위성 3호기의 경우 1호기와 마찬가지로 미국 스페이스 X가 발사용역 업체로 선정됐다. 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해선 발사체와 발사장이 있어야 하는데, 스페이스 X의 발사체인 팔콘9과 이들이 장기 임대해 쓰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의 SLC-4 발사장이 낙점된 것이다. SLC-4는 지난 1964년부터 아틀라스, 타이탄 등의 로켓을 발사한 곳으로 2011년부터는 스페이스 X가 장기 임대해 팔콘9 전용 발사장으로 사용 중이다.
10월 27일 한국을 출발한 3호기는 11월 7일까지 스페이스 X의 클린룸에 보관됐다가 본격적인 점검 작업에 들어갔다. 한 달여 간의 꼼꼼한 위성체 점검을 거쳐 발사체인 팔콘9에 조립됐고, 마지막 리허설 후 우리나라 시간으로 21일 저녁 8시 34분에 발사됐다.
9시 24분께 목표 궤도에 진입한 데 이어 11시 30분 지상국과의 교신에 성공했다. 앞으로 2주 동안 태양전지판 및 안테나 반사판 전개, 플랫폼 기능확인, 위성체 운용모드 정상동작 등을 확인하고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전력화될 예정이다. 군은 내년 4, 5호기까지 마저 쏘아올릴 계획이다. 국방부는 “하루에 지구를 수십 회씩 공전하는 정찰위성 5기를 한꺼번에 운용(군집 운용)하면 북한 내 특정 표적을 2시간 단위로 감시·정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 위성에 탑재되는 SAR, EO 등의 촬영 장비를 활용하면 북한을 보다 촘촘하게 감시할 수 있게 된다. 특히 2~5호기에 모두 탑재되는 SAR는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기상이 악화되더라도 밤낮으로 촬영이 가능하다. EO는 가시광선을 활용해 영상을 촬영하기 때문에 영상의 가독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밤이나 구름이 낀 기상조건에서는 촬영이 어렵다. 적외선(IR) 촬영장비는 이름 그대로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야간 촬영, 열 감지 촬영을 할 수 있다. 상호 보완적인 세 가지 방식으로 북한의 도발 징후를 입체적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군집 운용은 여러 위성이 움직이며 더 많은 영상을 다각도로 관측할 수 있게 해 준다. 덕분에 지상의 물체를 식별 능력이 향상되고, 보다 정밀한 상황 인지가 가능해진다. 여러 개의 위성이 서로 협력해 운영되기 때문에 특정 지역을 관측할 필요가 있을 때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한 대가 고장나는 등 이상 상황이 발생해도 나머지 위성들이 보완할 수 있다. 국방부는 “국내 최초의 군집위성 개발·운용 사례로, 다량의 위성 생산 및 운용에 따른 국내 우주산업 및 인프라 활성화, 우주 분야 인력 확보 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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