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4일까지 12·3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라고 최후 통첩을 보내면서다. 야당은 공포를 미루면 권한대행 탄핵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인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히려 거부권을 쓰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며 압박하고 있다.
23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쌍특검법의 공포 시한은 내년 1월 1일이다. 앞서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2·3 내란 특검법과 김여사특검법은 17일 정부로 이송됐다. 한 대행은 결정 시한 하루 전인 오는 31일까지 공포 또는 거부권 행사를 고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24일까지 두 특검법을 공포해야 한다고 한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한 대행이 24일까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그 즉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12·3 윤석열 내란 사태는 결국 내란 특검으로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반발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원내대표는 두 특검법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명백함에도 (한 대행이) 거부권을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헌법 위반”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압박했다.
조국혁신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작성해 공개했다. 혁신당은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에 ‘암묵적 동조’를 했다고 판단, 내란죄·군사 반란죄 방조범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로 보고 탄핵 소추 사유로 명시했다. 다만 헌법 제65조에 따르면 국무위원 탄핵소추 발의는 국회의원 100명의 동의가 필요하기에 12석의 혁신당 단독으로는 발의가 불가능하다.
일단 한 권한대행 측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22일 “이미 드렸던 말씀 이상의 추가 언급은 드릴 수 없다”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권한대행은 두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데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야당이 한 권한대행의 탄핵 추진을 현실화할 경우 가결 정족수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직을 대신 수행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 탄핵소추 정족수에 준하는 재적의원 3분의 2(200명)가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때처럼 국민의힘에서 찬성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한 권한대행 탄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여서 재적의원 과반(151명)만 찬성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민주당 의석수(170명)로 충분히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황 전 권한대행이 박근혜 특검법 연장을 거부하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던 바 있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은 “형식 논리적으로 대행할 뿐이고 총리는 총리일 뿐”이라며 “총리를 탄핵하면 총리가 없어진 거고 그러면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부총리가 대행하는 거지 총리의 대행을 대행하는 건 아니다. 논리적으로 명확하다. 총리 자격으로 탄핵을 하면 충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황 권한대행의 탄핵까지 가지는 않았다. 황 권한대행 당시 국회 입법조사처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시 필요한 정족수로 탄핵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만약 한 권한대행마저 탄핵된다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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