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정상화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출범과 함께 주요 민생·경제 법안 처리에도 여야 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등 재정 지원과 반도체 연구개발(R&D) 종사자의 주 52시간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를 골자로 한 반도체 특별법의 연내 입법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22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번 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반도체 특별법 심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특별법은 11월 21일 첫 심사에 돌입했으나 이후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여파로 추가 논의 없이 한 달째 계류됐다.
하지만 최근 여야정 협의체 출범에 합의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주요 민생·경제 법안을 시급히 처리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이뤘고 반도체 특별법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는 이르면 27일, 늦으면 30일 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법안 심사를 위한 시간이 촉박한 게 사실이다. 여야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 등 재정 지원 근거를 담는 데에는 사실상 합의했지만 특별법의 또 다른 축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두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예정대로 보조금을 명문화한 재정 지원 조항은 특별법에 담길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은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여타 첨단산업을 포함해 주 52시간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에 규정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가 심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특별법이 아니라 국회 환경노농위원회 소관인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첫 법안 심사 당시 야당 의원들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에 대해 “여러 가지 예외 규정을 이미 근로기준법에 두고 있다"(김성환 의원), “연구개발자들이 진짜로 뭘 원하는지 그것을 풀어 줄 생각을 해야지 날밤 며칠 더 샌다고 좋은 기술이 개발되느냐”(김원이 의원), “예외를 인정했을 때 지금보다 보상을 두 배나 세 배로 더 해 줄 수 있느냐”(허성무 의원) 등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이에 산업통산자원부가 반도체 업계로부터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필요성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후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면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지만 계엄 사태 등으로 인해 진척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여야가 신속한 입법을 위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삭제하고 보조금 등 재정 지원 근거 조항만 담은 채 특별법 처리를 합의할 경우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연내 통과가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별법의 핵심 조항이자 반도체 업계의 숙원인 주 52시간제 예외가 불발되는데 대한 반발은 불기피할 전망이다.
한편 이달 18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경제4단체 대표들은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반도체 특별법을 비롯한 비쟁점 주요 민생·경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손 회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보조금 지원, 근로 시간 규제 완화 입법을 추진해 준다면 기업들이 큰 힘을 얻을 것"이라며 "기업에 부담이 되는 상법 개정이나 법정 정년 연장과 같은 사안들은 국회에서 좀 더 심중한 검토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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