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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극단적 포퓰리즘의 희생양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제도개선보다 응징 갈망하는 대중에

포퓰리스트 "모든 것 파괴" 선동만

지루하지만 꼼꼼한 정책이 문제 해결





‘로빈 후드, 민간 영웅, 매력남’

이달 유나이티드헬스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슨을 사살한 혐의로 기소된 루이지 맨지오니에 대한 미화는 소름을 돋게 한다. 언론에 보도된 범죄 동기를 두고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공인인 두 명의 연방의원까지 동정심을 내비쳤다

이것은 기존의 정치적 경향이 한층 심화된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파괴와 응징에 대한 대중의 핏빛 갈망을 보여준다. 미국인들은 문제의 해법을 제안하는 지도자를 거부하는 대신 비유적이건 문자 그대로이건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는 반영웅(antihero)을 지지한다.

미국민은 단지 의료 제도뿐만 아니라 미국의 모든 헬스케어 관련 기업에 분노한다. 그들이 보이는 혐오는 상당 부분 이해가 간다. 미국의 의료 제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보험 가입이 부담스러울 만큼 돈이 많이 들었고 가성비 역시 신통치 않았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확한 정책 운영 방식을 두고 종종 의견이 갈렸지만 목표는 늘 문제 해결을 위해 법과 규정을 수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입법부의 교착상태와 분노를 유발하는 정치적 수사로 인해 이 같은 접근법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쳤다. 포퓰리스트들은 제도 자체가 대중에게 불리하게 조작됐기 때문에 이를 고치겠다는 생각 따위는 이제 잊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신 이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시스템을 조작한 사람들을 처벌하자며 핏대를 올린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의 차기 행정부는 ‘딥 스테이트’의 대대적 숙청과 함께 대통령 당선인의 정적들을 사법 처리하려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가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국세청(IRS) 청장으로 지명한 인사들은 그들이 이끌 기관을 파괴하겠다고 대놓고 약속했다. 트럼프의 정권인수팀은 은행 예금보험과 같은 기본적인 정부 기능마저 폐기하는 방법을 궁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익의 독점적 전술이 아니다. 좌파 포퓰리스트 또한 현학적이고 백서에 기반을 둔 정책 결정에서 ‘조작된 제도’를 척결하는 수사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들의 희생양은 대기업 중역실에 포진한 ‘괴수’들이다.



좌파 포퓰리스트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불충분한 공급과 구역 제한, 복잡한 해법이 아니라 소수의 사악한 기업 투자가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높은 가스비도 마찬가지로 공급망 교란 혹은 최근의 시장 붕괴로 인한 생산자들의 우려 때문이 아니라 폭리를 취하려는 기업들 탓이다. 호되게 비싼 의료 서비스는 행정적 낭비를 조장하고 서비스 공급자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시스템보다는 몇몇 ‘욕심 사나운 악당 보험사’의 잘못이다.

모든 기업가들이 늘 반듯하게 행동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시장이 제공하는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포퓰리스트들의 접근법은 인센티브를 재정리하기보다는 인지된 악당에 대한 처벌에 주안점을 둔다. 예컨대 과다한 이익을 챙기는 기업을 처벌하는 방식이다.

꼼꼼하고 안전한 정책 결정은 지루하다. 그보다는 응징이라는 원초적 욕구에 매달리는 쪽이 훨씬 빠르고 확실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맨지오니를 향한 소름 끼치는 환호로 돌아가자. 총격 용의자의 매력은 대중을 대신해 기성 시스템에 불의 심판을 내리겠노라 약속하는 정치인들의 매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분노를 치밀게 만드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이처럼 파괴적인 반사반응에 빠지면 명백한 도덕적 혐오감을 가져올 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의료보험사 CEO를 살해하는 것은 더 많은 미국인들이 치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FBI 숙청이 범죄를 줄이지 않을 것이다. 정적을 투옥한다 해서 계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언가를 쌓아올리기보다 무너뜨리는 편이 쉽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려면 궁극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지루하고 어려운 일이며 요즘은 대중의 지지마저 받지 못한다.

의료 부문의 영웅을 만들고 싶다면 의료보험 커버리지를 상실한 병자를 대변하는 법률 조력 변호사들과 커뮤니티 의료센터의 간호사와 의사, 환자에게 가해지는 환경적 위협을 알리는 내부고발자 의료인들, 저소득 가정을 의료 서비스 기관에 연결시켜주는 소셜워커들에게 눈길을 돌려라. 공공 의료보험을 확대하고, 기존 병력을 지닌 환자들을 보호하며, 보험료와 자비 부담을 축소하고, 보험사에 보험 청구액을 온전히 지급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미국민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정치인들도 영웅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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