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혁신과 학생 맞춤형 학습을 목표로 시작된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될 위기에 놓이며, 되레 학력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래 교육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 온 AI 디지털교과서가 내년 3월 학교 도입을 앞둔 시점에 ‘교과서’ 지위를 ‘교육자료’로 하향하는 법안이 지난 17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약 2년여간 엄격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개발·심사 절차를 마치고 현장 도입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갑자기 교육자료로 전락할 경우,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하다.
“도입하는 학교와 안 하는 학교 갈리면, 교육 박탈 가능성↑”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로 전락할 경우, 사용 여부가 학교장 재량에 따라 달라지며 교과서 지위를 유지해야만 가질 수 있는 무상 교육의 장점이 사라진다.
학교 예산과 기술적 인프라 설비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AI 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하고 싶어도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교육부는 교육 격차 해소와 교육 약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교과서 지위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효용성 검증도 전에 교육자료화...교육 혁신 동력 잃게 될 것”
AI 디지털교과서는 추진 과정에 일부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인 방향에서 당위성과 필요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정부도 AI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교과서 개발과 인프라 조성, 교원 연수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였다.
하지만 AI 교과서가 교육자료가 되면 교육 정책과 예산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진다. 또한 내용적 품질 관리나 기술적 안전성 검증이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아 교육 혁신의 동력이 약해진다.
게다가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큰 비용을 쏟은 업체들이 법적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도 높다.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전환될 경우, AI 디지털교과서의 개발에 따른 손실을 발행사들이 감당할 수 없다. 교과서 수준의 질 높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없을뿐더러,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호소했다.
전국 교원대 총장협의회는 지난 20일 “AI 교과서 도입을 앞둔 시점에 성급하게 교육자료로 격하하며 지금까지 진행해 온 과제를 중단하기에는 그 중요성과 매몰 비용이 너무 크다”면서 교육자료 법제화를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밝혔다.
AI 기반 교육은 국가 차원의 토대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정부도 현장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감안해 최초 적용 범위를 조절하고, 부작용을 점검하면서 점차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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