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마다 발목을 잡아 온 고양시의회가 이번에는 내년도 핵심 예산안을 무더기로 삭감해 반발을 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경제자유구역부터 일산신도시 재건축 사업, 시민 안전, 홍보 예산까지 반복적으로 삭감한 데는 오는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양시는 성명을 내고 “고양시의 퇴행을 바라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24일 고양시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 20일 제290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를 열고, 시가 제출한 내년도 세출예산안 3조 3405억 원 중 201억 원을 삭감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이는 전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심의한 결과를 원안 통과시킨 것이다.
삭감된 예산은 대부분 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사업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본예산부터 이번까지 네번째 예산 요구한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5억 원이 이번에도 삭감됐다. 도시기본계획은 경제자유구역 및 1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여건변화를 담은 기초 계획이다. 시는 이번 예산삭감으로 도시기본계획 재수립이 지연되면 도시관리계획 등 하위계획의 원활한 계획수립에 지장이 생기고, 고양시 여건변화를 고려한 도시공간 구상 및 생활권 계획수립에도 지장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선도지구 지정이 완료된 일산신도시 재건축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거점형스마트시티 조성사업 70억 원도 올해 2회 추경에 이어 두번째 삭감됐다. 거점형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은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200억 원의 국비를 확보한 사업이다. 재난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드론 현장 출동, 싱크홀 실시간 감지를 위한 지반침하 서비스 등 다양한 8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시민의 안전과 편의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시비 편성이 안 될 경우 국토교통부에서는 사업비 감액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당초 진행하고자 했던 사업이 대폭 축소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세계도시포럼 예산 6억 원도 삭감됐다. 세계도시포럼은 전임 시장 시절인 2019년에 시작해 고양시를 대표하는 국제 포럼으로 자리잡아 왔다. 세계도시포럼 개최로 마이스 산업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도시 브랜드가치를 향상시켜왔으며 글로벌 협력 네크워크 확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내년 행사 예산 전액 삭감으로 인해 그 동안 형성해 온 국내외 네트워크 및 시 글로벌 브랜드 자산가치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뿐 아니라 도로건설관리계획 수립용역 10억 원처럼 법적 필수용역도 네 번째나 삭감되고 있다. 도로건설관리계획은 도로법 제6조에 따른 법적의무사항이며 도로의 원활한 건설 및 도로의 유지관리를 위해 5년마다 소관 도로에 대하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계획에 대비한 고양시 기본 도로 계획수립이 어긋나 신뢰성에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 밖에도 원당역세권 일원 종합발전계획 수립 용역 3억 원, 공립박물관 건립타당성 분석 용역 1억 원, 공립수목원 기본구상 및 타당성 검토 용역 2억 7000만 원, 창릉천 우수저류시설 도시관리계획 결정 및 영향평가 용역 2억 5000만 원, 공공디자인 진흥계획 재정비 수립 용역 2억 7000만 원, 고양시 도시브랜드 기본계획 수립 용역 1억 1000만 원 등이 삭감됐다.
고양시는 성명을 통해 “사업 시작의 첫 단계인 용역비의 대규모 삭감은 고양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 가능성을 살펴보자는 것인데, 시의회는 타당성 부족 등의 결론부터 내려 삭감한 것은 시작도 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의회의 예삼 심의 권한을 존중하지만 지금과 같은 예산 삭감은 누군가가 받을 혜택과 시의 내일이 같이 잘려 나가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요시책 홍보수수료 등 홍보 예산도 무더기 삭감됐다. 고양시 전체 홍보를 위한 홍보 예산 21억 원뿐 아니라 각 사업에 있는 홍보 예산도 삭감이 됐다. 경제자유구역추진 홍보물 등 제작 2000만 원, 대규모 행사 유치를 위한 문화예술행사 홍보 예산 5000만 원, 문화재단 홍보 예산 3억 원 등이다.
예결위원장인 권선영 고양시의원은 “각 상임위가 숙의를 거친 예산안을 보면 시민을 위한 필수 예산인 복지 등에 집중하다 보니 총 금액으로 보면 5.5% 증액됐다”며 “집행부와의 지속적인 대립관계가 이런 결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고, 오늘 중으로 시의 성명에 대한 반박자료를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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