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청약가점제에서 부양가족 점수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직계존속의 위장 전입 문제가 끊이지 않는 만큼 (외)조부모 가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저출생 대응을 위해 자녀 가점은 늘리고 혼인 여부, 배우자 가점을 신설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청약 가점제도 개편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2007년 도입된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기간(32점 만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만점), 부양가족 수(35점 만점)로 구성된다. 가점 항목을 합산한 점수가 높은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는데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은 만점을 받는 사람이 많아 사실상 부양가족 수가 당첨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했다.
문제는 부양가족 수 가점 체계가 직계존속·직계비속 구분 없이 부양가족 한 명이 증가할 때마다 5점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부양가족이 여섯 명 이상이어야 35점 만점을 받을 수 있는데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직계존속 등의 주민등록 편법 이전과 같은 위장 전입 사례가 지속적으로 적발됐다. 특히 수억 원의 차익이 기대되는 서울 강남권 분양에서 청약가점 만점자가 잇따라 당첨됐는데 정부가 위장 전입 여부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청약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로 올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서는 84점 만점 통장이 세 개나 나왔다. 이는 7인 가구가 최소 15년 무주택으로 버텨야 나올 수 있는 점수다.
박인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 가점 체계는 직계존속 위장 전입 등 편법·불법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며 “또 무주택 기간이 15년 이상인 40대 이상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20~30대 신혼부부는 불리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가 제시한 방향은 부양가족에서 직계존속 가점은 한 명당 5점에서 2.5점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또 저출생 대응을 위해 자녀 수에 대한 가점은 현 5점에서 10점으로 늘리고 혼인 여부(10점 만점), 배우자(10점 만점) 가점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자녀 두 명인 4인 가구의 청약가점(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 만점 가정)은 현재 69점인데 개편안을 적용하면 89점이 된다.
박인숙 입법조사관은 “개편안과 같이 혼인과 출산에 대한 가점을 부여하면 결혼 및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청년 세대 및 신혼부부에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 직계존속 위장 전입 요인도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20~30대 세대 내에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노부모를 실제로 부양하는 실수요자에 대한 역차별 우려가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아직 청약가점 체계를 개편하는 것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장 전입 등 불법이 확인되면 제재를 받는다는 인식을 확산해 선량한 피해자들을 막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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