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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려고 사회복지사됐나”…직원에 장기자랑 강요 백태

직장갑질119, 사회복지시설 제보 31건 분석

관행처럼 신입 직원에 강요…폐쇄적 문화 탓

3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이 각자 비를 피하며 밤같이 어두워진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소재 A 복지관은 매년 연말 잔치 때 구청장과 구민 500명을 부른다. 여러 잔치 공연 중 하나는 복지관 신입 직원이 맡아야 한다. B씨는 기관장과 팀장에게 신입 직원에게 공연을 강요하는 문화는 잘못됐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둘은 “예전부터 해오던 걸 왜 너가 바꾸냐”며 거절했다. B씨는 “문제제기를 더 하면 제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다른 복지관 취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복지관에서 일하는 C씨는 “복지관 신입 직원은 복지관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 행사도 도우러 가야 한다”며 “‘내가 이러려고 복지관에 들어왔나’란 회의감이 든다”고 전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직원에게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문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3~13일 사회복지시설에서 이뤄지는 장기자랑 강요 제보를 받은 결과 31건이 접수됐다. A씨와 B씨처럼 복지관, 재활원 등 여러 사회복지시설에서 신입 직원이나 실습생에게 춤, 노래 등 공연을 강요한다는 제보가 주를 이뤘다.

장기자랑 강요는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돼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장기자랑 강요가 만연한 이유는 다른 곳에 비해 사내 문화가 폐쇄적이고 권위적이기 때문이다. 장기자랑이 시설 이용객을 위한 공연인지, 상급자들이 원하는 공연인지 현장에서 구분짓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서울시 소재 D노인종합복지관은 12월 3일 계엄 사태 이틀 뒤 워크숍을 열고 사회복지사들에게 장기자랑을 하도록 했다.

직장갑질119가 운영하는 온라인노동조합은 사회복지시설의 장기자랑 강요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종수 온라인노조 사무처장은 “사회복지계에 만연한 장기자랑은 강요된 선택”이라며 “모두가 참여하는 장기자랑을 거부하면 사회생활 못 하는 사람으로 찍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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