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청약시장이 다시 달아오른 한 해였다. 일명 ‘얼죽신’으로 불리는 신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청약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경쟁률은 치솟았다. 다만 청약 수요자들이 서울과 수도권 일부 단지 등을 제외한 단지에는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높아진 공사비에 분양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3.3㎡당 분양가가 1억 원을 훌쩍 넘기는 단지도 등장했다. 급등한 분양가에 ‘줍줍’으로 일컬어지는 무순위 청약의 매력도 커지면서 1가구 모집에 300만 명 가량이 몰려 청약홈이 마비되는 일도 벌어졌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리얼투데이에 의뢰해 올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청약 접수가 진행된 단지들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12.74대 1을 기록했다. 이는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2020년 26.75대 1을 기록했던 경쟁률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19.04대 1, 8.17대 1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에야 10.32대 1로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눈에 띄는 점은 서울의 청약 경쟁률만 급등했을 뿐 여타 지역은 되레 떨어지거나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는 점이다. 지난해 56.93대 1이었던 서울의 청약 경쟁률은 올 들어 119.43대 1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반면 경기(7.89대 1→10.24대 1)와 인천(5.14대 1→6.06대 1)은 소폭 증가에 그쳤고, 수도권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2.09대 1에서 19.20대 1로 약간 올랐다. 이와 달리 지방의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8.59대 1에서 올 들어 6.57대 1로 오히려 떨어졌다.
구체적으로 서울에서는 13개 단지가 평균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와 ‘청담 르엘'이 각각 1025.57대 1과 667.26대 1을 기록했으며,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와 ‘아크로 리츠카운티’, ‘메이플자이’도 각각 527.33대 1, 482.8대 1, 442.3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성남 ‘성남 금토지구 A-3블록 판교테크노밸리 중흥S-클래스’와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동탄역 대방 엘리움 더 시그니처’ 등 4곳에 그쳤으며, 지방에서는 충남 아산 ‘아산 탕정 삼성트라팰리스’ 407.48대 1, 전북 전주 ‘에코시티 더샵4차’ 두 곳이 전부였다.
올해 분양한 단지들의 분양가도 크게 올랐다.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3.3㎡ 당 평균 분양가는 2061만 원으로, 전년(1800만 원) 대비 14.5%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곳은 역시 서울이었다. 올해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821만 원으로 전년(3508만 원) 대비 37.4%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올 1월 분양한 서울 광진구 ‘포제스 한강’은 무려 3.3㎡당 1억 3770만 원의 분양가를 기록했다. 분양가는 전국에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울산(33%)과 부산(20.7%), 경북(15.2%), 인천(13.9%), 대구(11.8%), 충남(11.3%) 등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분양가가 하락한 지역은 광주(-1.6%)와 강원(-1.8%), 전남(-2.2%) 등 3곳 뿐이었다.
높아진 분양가에 부담을 느끼면서 무순위 청약에 대한 관심도도 급증했다. 무순위 청약은 대개 수 년 전 분양 당시의 낮은 분양가로 청약 접수를 받아 인근 시세 대비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1가구를 모집한 경기 화성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는 294만명이 몰렸고 이에 청약홈 사이트가 마비되면서 청약 접수기한을 연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승이 청약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자극한 것으로 진단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공사비와 물가가 상승하면서 분양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했던 서울과 수도권 내 일부 단지는 청약시장에서 성공했지만 물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인근 시세 대비 높은 가격에 공급된 지역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가격 상승 기대감과 공급 희소성, 비교적 풍부한 청약 대기 수요가 서울 등 특정 지역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서울에선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나온 상황에서도 전국 115개 단지는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하는 등 양극화가 뚜렷했다”고 분석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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