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와 파나마운하에 이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까지 미국의 소유로 만들고 싶다는 야욕을 드러내자 덴마크가 방위비 인상으로 맞불을 놓았다. 트럼프가 취임 전부터 우방국의 영토주권을 넘보는 발언을 쏟아내자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영국 BBC는 “트럼프가 북극에 있는 영토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대한 국방비를 대폭 늘린다는 발표를 했다”고 전했다. 트로엘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지난 몇 년간 북극 지역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주둔군의 전력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며 최소 15억 달러(약 2조1800억 원) 이상을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상된 방위비는 두 척의 새로운 조사선, 두 대의 장거리 드론 등 주요 장비 구매와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 있는 북극 사령부의 인력 증원 등에 사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그린란드의 방위비 인상 발표는 트럼프가 그린란드 매입 필요성을 밝힌 뒤 몇 시간 만에 나왔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국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포울센 장관은 “운명의 아이러니”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첫 임기였던 2019년에도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혔던 만큼 덴마크 내부에서는 이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대륙의 중간에 위치한 그린란드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 항로가 개척됐고 북극 패권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미군은 그린란드에 최북단 기지인 피투피크 기지(옛 툴레 기지)를 두고 있는 만큼 트럼프가 이곳을 북극 패권 장악을 위한 교두보로 삼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린란드에는 석유뿐 아니라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반도체·전기차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 매입을 중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결정적인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야욕에 대해 “자신의 협상 전략을 지원할 수 있는 전 세계 최대 군사력을 갑자기 손에 쥔 부동산 개발 업자의 본능을 반영한다”며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철학은 고립주의 정책이 아니라 과거 미국의 팽창주의·식민주의 정책을 연상시킨다”고 짚었다.
트럼프가 취임하기도 전에 군침을 흘리는 곳은 그린란드뿐만이 아니다. 트럼프는 파나마 정부가 통제 및 운영하는 파나마운하에 대해 “운영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며 이를 낮추지 않을 경우 반환을 요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앞서 캐나다에 대해서는 “(고율의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이 좋다”며 지난달 말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향해 “주지사(governor)”라고 부르며 조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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