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랭킹 99위(3368만원), 평균 타수 99위(74.42타), 드라이브 거리 98위(223.61야드), 그린적중률 96위(65.20%)...
학창 시절 시험 성적이었다면 훌륭했을 것 같은 이 순위는 지금은 톱 골퍼가 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 선수의 ‘신인의 해’ 성적이다.
바로 올해 우승은 없지만 준우승 2회, 3위 4회를 포함해 ‘톱10’에 11차례나 오르면서 상금랭킹 11위(6억 8061만원)를 기록한 이제영의 2020년 성적이다.
이제영은 올해 상금 11위, 평균 타수 6위(70.57타), 드라이브 거리 76위(233.43야드), 그린적중률 16위(75.06%)로 정말 ‘장족의 발전’을 했다. 4년 전만 해도 이제영은 14개 대회에서 컷 탈락만 9번 기록했고 최고 성적이라고 해봐야 공동 51위였던 존재감 없던 선수였다.
이제영처럼 지금은 톱 골퍼로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신인의 해에 끔찍했던 성적을 낸 선수들이 있다.
이제영과 같이 2020년 신인이 됐던 전예성도 비슷한 경우다. 그해 전예성의 신인 랭킹은 11위였다. 17개 대회에 출전해 컷 통과 9회, 컷 탈락 8회를 기록하면서 상금랭킹 61위에 머물렀다. 톱10에 두 번 올랐는데, 모두 공동 9위였다.
하지만 전예성은 2021년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우승의 맛도 봤고 올해는 우승은 없지만 준우승 3회를 기록하면서 상금 랭킹 12위(6억 4621만원)로 최고 시즌을 보냈다.
지금은 스타 골퍼가 됐지만 역대 최악의 신인 시절을 보낸 주인공은 배소현일 것이다.
2017년 신인이 됐던 배소현은 그해 25개 대회에서 무려 19번이나 컷 탈락하면서 상금랭킹 101위(3182만원)를 기록했다.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6개 대회 연속 컷 탈락하더니 한 번 컷 통과(공동 49위)를 했지만 곧바로 7회 연속 컷 오프의 쓴 맛을 봤다. 신인 랭킹 11위, 평균 타수 98위(73.92타), 드라이브 거리 71위(242.30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89위(70.73%), 그린적중률 76위(69.11%), 평균 퍼팅 110위(31.85개) 등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런 배소현이 올해 3승을 거두면서 상금 랭킹 9위(8억 1719만원)에 오를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 보다 신인일 때 71위였던 드라이브 거리가 올해 5위(252.21야드)로 올랐다는 사실은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뛰어든 임진희와 성유진도 힘겨웠던 KLPGA 투어 신인 시절을 보낸 선수들이다.
2018년 정규 투어에 뛰어든 임진희는 상금랭킹 64위에 머물러 데뷔 첫해부터 시드전을 치러야 했다. 시드전 24위로 가까스로 시드를 유지했지만 2019년에는 상금랭킹 84위로 곤두박질쳤다. 결국 2부 드림투어로 밀려났던 임진희는 2021년 복귀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23년에는 4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2위를 차지하는 대변신에 성공했다.
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성유진도 걸어온 길이 평탄하지 않았다. 2019년 정규 무대에 뛰어든 성유진은 그해 24개 대회에서 12번이나 컷 탈락하면서 상금랭킹 85위에 머물렀다. 톱10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고 5연속 컷 탈락 한 적도 있다. 하지만 2023년 2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10위에 오르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올해 임진희는 LPGA 투어 신인 랭킹 2위에 오르는 활약을 했지만 성유진은 신인 7위로 기대했던 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임진희와 달리 성유진은 LPGA 무대에 안착하지 못했지만 다시 투혼의 샷을 날릴 것이다. 그게 ‘눈물의 빵’ 맛을 아는 선수들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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