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미국에 가서 잘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팬들에게 보람이고 행복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윤이나(21·하이트진로)가 한참을 망설이다 꺼낸 한마디다. 큰 무대에 진출하는 설렘보다 자신의 미국행을 아쉬워하는 팬들에 미안함이 더 큰 모습이었다.
윤이나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CCMM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에 대한 각오와 준비 상황 등을 밝혔다. “10여 년 전 아버지를 따라 골프에 입문한 이후 LPGA 투어는 내 오랜 꿈이었다”고 운을 뗀 윤이나는 “동료 선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여러 후원사 등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올 시즌 윤이나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우승 1회, 준우승 4회, 3위 3회 등 톱10 입상 14차례로 기복이 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3관왕(대상·상금왕·최소타수상)을 품에 안았다. 미국 진출을 선언한 윤이나는 이달 11일 끝난 퀄리파잉(Q) 시리즈에서 8위에 올라 상위 25명에게 주는 다음 시즌 LPGA 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동안 윤이나의 LPGA 투어 진출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2022년 7월 ‘오구 플레이 늑장 신고’로 3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KLPGA가 1년 6개월로 감경한 덕에 올 시즌 복귀한 그다. 이 때문에 달랑 한 시즌만 뛰고 미국으로 떠나는 데 대해 도의적으로 합당하냐는 얘기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윤이나는 “1년간 대회를 치르면서 팬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며 “아쉽지만 큰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 고민 끝에 결정했다. 다음 시즌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 최대한 참가해 팬들을 만나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윤이나는 주니어 육성을 위해 써달라며 KLPGA와 대한골프협회(KGA)에 각 1억 원씩 총 2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기존 후원사인 하이트진로 모자를 쓰고 왔지만 곧 새 스폰서와 계약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19일 출국하는 윤이나는 미국 댈러스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LPGA 투어 데뷔 무대는 2월 7일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파운더스컵(총상금 200만 달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이나는 “게으름과의 싸움에서 이겨낸다면 신인왕에도 한걸음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세계 랭킹 1위에 꼭 올라서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고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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