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를 논의할 공청회 개최를 앞두고 니코틴 밀수 및 탈세 등 다수의 전과가 있는 인물을 진술인으로 채택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교체하는 촌극을 빚었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안건을 다루는 자리에 관련 범죄로 처벌받은 이력이 있는 이해관계자를 ‘규제 반대’ 패널로 부른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기재위는 여야 간사 합의로 담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 개최를 하루 앞둔 이날 야당 측 진술인을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 소속 김준엽 상무에서 맹희석 전무로 교체했다. 민주당 기재위 관계자는 “양측에 공정하게 발언권을 주자는 차원에서 진술인을 추천받은 것”이라며 “기재위 행정실에 찬반 단체를 알려준 뒤 섭외하도록 했을 뿐 해당 인물이 누군지 전혀 몰랐고, 문제가 있다는 점을 파악한 뒤 교체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자담배 제조업자인 김 상무는 담배소비세 등 190억1600만원을 내지 않아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고액 상습 체납자 1위에 이름을 올린 이력이 있다. 또 지난 2015년 니코틴 농축액을 애완견 삼푸로 속여 밀수하고, 이를 토대로 전자담배 66만9000여개를 만들어 전국으로 유통시킨 혐의로 징역 2년 형을 확정받기도 했다.
이번 공청회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와 동일하게 규제하고 과세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업권 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태호 경제재정소위원장이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듣자”며 의견수렴 절차를 제안해 소위 차원에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배를 ‘연초의 잎을 원료로 제조된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닌 공산품으로 간주돼 규제와 과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담배소비세 등 각종 세금과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납부 의무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광고 및 온라인 판매 제한 등 규제 대상에서도 빠져 청소년 흡연의 통로로 악용돠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여야 구분 없이 합성 니코틴 담배에 대한 규제법을 발의 하는 등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법만 총 10건에 이른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과 남인순 민주당 의원,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담배의 원료 범위를 연초 뿐 아니라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만 김 상무가 소속된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 등 업계 종사자를 중심으로 “소매업체 생계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담배사업법 개정에 공감대를 이룬 만큼 입법 절차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규제 미비로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가 급증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개선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저가의 1급 발암물질을 학교에서 대놓고 피워도 규제할 수 없는 상황” 이라며 “청소년 건강을 인질로 삼아 거액의 세금 탈루자와 범죄자들의 이익을 보호해주는 게 맞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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