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서 고급 부르고뉴 와인과 빈티지 샴페인 등 고가 와인의 가격이 2년째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 업계도 저렴한 인공 다이아몬드의 출현과 중국 청년들의 결혼 감소 등 악재가 겹치며 재고가 역대급으로 쌓이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 국제와인거래소 리벡스(Liv-ex)가 고가 부르고뉴 와인의 시세를 추적해 산출하는 ‘버건디150’ 지수는 연초부터 11월 말까지 14.4% 떨어졌다. 13개 주요 샴페인의 빈티지별 가격을 추적하는 ‘샴페인50’ 지수도 같은 기간 9.8%, 매매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급 와인 100개의 가격 변동을 반영한 ‘파인와인100’ 지수 역시 9.3% 내려앉았다. 올 들어 미국의 대표 증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6% 가까이 오른 것과 비교하면 대체자산으로 취급되는 고급 와인 상품의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FT는 대체 투자의 일환으로 고급 부르고뉴 와인을 대거 사들이던 중국 큰손 투자자들이 경기 부진과 불확실성 증가로 위험 회피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와인 시장 위축의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투자사 컬트와인의 최고경영자(CEO)인 톰 기어링은 FT에 “아시아 와인 수집가들의 매도세가 강해지면서 고급 와인 가격이 추락했다”고 짚었다. 고금리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금리가 높을 경우 이자나 배당 등이 없는 와인 등의 대체자산은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미국이 기준금리를 5%대까지 올린 2023년부터 고급 와인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해 2년 수익률이 -28%에 이른다.
중국의 수요 부진은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FT는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업체인 드비어스의 올해 다이아몬드 재고량이 매출액 기준으로 20억 달러(약 2조 9200억 원)에 달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드비어스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줄어든 22억 달러에 그치면서 다이아몬드 원석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20%나 축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내 결혼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계 2위 다이아몬드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 청년 실업과 경기 부진 등으로 혼인이 급감하자 결혼반지용으로 많이 쓰이던 다이아몬드 수요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실제 중국의 연간 혼인신고 건수는 2013년 1346만 건에 달했지만 2022년 683만 건을 기록해 ‘700만 쌍’이 무너졌고 올해도 660만 건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중국 보석상들이 자체 재고를 줄이기 위해 다이아몬드 수출을 늘리고 있는 점도 가격 약세의 원인으로 봤다. 또 업계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의 20분의 1 수준인 랩그론(실험실 재배) 인공 다이아몬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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