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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바이든의 외교 성과는 트럼프의 기회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북·중·러·이란 사정 4년전보다 열악

우크라戰 대응·中 주변국 공조등 결실

트럼프에 4개국 약점 다룰 여지 줘





조 바이든의 임기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서 그의 외교정책을 평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다. 미국의 적대국들이 처한 현재 상황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결론은 하나다. 지금 그들의 형편은 하나같이 신통치 않다. 러시아·중국·이란·북한 등 ‘격변의 축’으로 꼽히는 4개국의 사정은 4년 전보다 열악하다. 물론 부분적으로 운도 작용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탁월한 전략과 세심한 노력이 낳은 결과다. 어쨌건 이 같은 새로운 현실은 집권 2기 첫해 동안 도널드 트럼프에게 대단히 유익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란은 수십 년래 가장 허약해진 상태다. 그동안 이슬람 공화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지역의 안보 구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치밀하고 복잡한 비대칭 전략을 구사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와 기타 온건한 아랍국들을 불안하게 만들 목적으로 헤즈볼라에서 후티와 하마스 및 시리아 정권에 이르기까지 여러 무장 정파와 민병대 조직에 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란의 전략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궤멸 상태에 빠졌고 이란도 힘을 잃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방공망과 탄도미사일 능력을 상당 부분 파괴했다고 주장한다. 이란이 방공망을 재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신 방공 시스템 제공자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로 잔뜩 위축된 이란 경제는 가중된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정도 불안하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는 85세로 건강이 좋지 않고 대통령은 정부 내 강경파 혹은 군부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

러시아의 약점 또한 갈수록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수입원 감소로 세수가 줄었으며 국방 생산량이 전장에서 발생한 손실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고 인플레이션 역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모병 노력도 어려움에 봉착했다. 젊은이들을 군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러시아 정부는 신병에게 1년 치 급여를 선지급하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 연평균 임금의 네 배에 달하는 액수다. 현재 러시아는 북한제 무기와 북한이 파병한 지원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사정은 다소 복잡하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성장을 견인해온 부동산 시장의 붕괴와 막대한 부채 부담, 둔화되는 생산성 증가와 낮은 소비자 신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우환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선다. 최근의 대대적인 단속이 시사하듯 군은 부패로 찌들었다. 시진핑의 외교정책은 대체로 비생산적이었고 원근의 국가들을 소외시켰다.



바이든 팀의 구성원들은 여기서 상당한 정도의 인정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반대 세력의 결속을 이끌어내는 것과 동시에 모스크바를 상대로 단호한 제재 조치를 취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했고 유럽인들이 전례 없는 규모로 이 대열에 동참하도록 했다.

중동 지역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이스라엘을 지지했다. 미국은 이란의 두 차례 미사일 공격에 맞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방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이란의 첫 번째 미사일 공격 당시 미국은 유럽과 아랍국들까지 이스라엘 방어에 끌어들였다.

중국에 대해 바이든 팀은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을 하나로 모아 베이징을 향한 정책 공조를 이뤄냈다. 바이든이 취임했을 당시 유럽이 중국과의 무역 거래에 이미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종종 망각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재한 한국과 일본의 화해는 아시아에서 중국과의 힘의 균형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바이든 팀은 국내 첨단 컴퓨터 칩 제조업을 활성화하는 등 테크놀로지 분야의 안전한 공급망 확보를 시도했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최근에 지적했듯 트럼프가 직면한 도전은 적대국들의 강점이 아닌 약점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이란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되 다른 한편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핵 프로그램 제한과 무장 정파 지원 축소에 테헤란의 협조를 얻을 방법이 있을까? 러시아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동시에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민주국가로 번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까? 중국을 러시아와의 긴밀한 동맹에서 떼어낼 수 있을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지난 4년간 바이든이 이룬 외교 성과는 트럼프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임자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지 못할 것이나 역사는 그를 후하게 대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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