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역대 최다 다승왕이 탄생했다. 이예원, 박지영, 박현경, 배소현, 마다솜이 3승씩을 거둬 5명이 다승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랐다. 윤이나가 대상(MVP), 상금왕 등을 차지했지만 1승밖에 올리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확실한 ‘투어 지배자’는 없었던 셈이다.
남자 무대에서는 깊은 울림을 주는 우승이 있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 15년 동안 무명 생활을 감내해야 했던 이대한이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는 “나는 평범한 선수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대한의 우승은 ‘위대한 우승’이 됐다.
떠난 별도 있었다. KLPGA 투어 통산 7승을 기록한 김해림은 10월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을 끝으로 16년간 활약했던 필드를 떠났다. 김해림은 앞으로 삼천리 골프단 코치로 제2의 골프인생을 시작한다.
KLPGA 투어에서 10승, 미국 LPGA 투어에서 6승을 거둔 유소연도 4월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을 끝으로 투어 무대를 내려왔다. 2024 파리 올림픽 당시 골프 중계의 해설을 맡기도 했던 유소연은 향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계획이다.
1995년생으로 아직 서른이 안 된 렉시 톰프슨(미국)에게는 올해가 풀타임으로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됐다. 이에 비해 서른여섯 신지애는 올해도 멈추지 않았다. 신지애는 올 여름 목표로 했던 파리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지만 그의 시도는 ‘아름다운 도전’으로 팬들의 기억에 남았고 ISPS 호주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프로 무대 통산 66승을 달성했다.
나이에 따른 활약상을 따지자면 지구상에서 이 ‘형님’을 따라올 선수가 없다. 바로 미국 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뛰고 있는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다. 그는 플레이오프 찰스 슈와브컵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최고령 우승 기록(67세 2개월 14일)을 새로 썼다. 또한 챔피언스 투어 데뷔 첫해부터 18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1승 이상을 쌓으면서 최다승 기록을 통산 47승으로 늘렸다.
임성재도 꾸준함을 이어갔다. 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6년 연속 진출한 것이다. 임성재는 올해 1월 시즌 개막전이었던 더 센트리에서는 PGA 투어 72홀 최다 버디 신기록(34개)을 세우기도 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는 좌절과 환희가 교차한 해였다. 좌절은 6월 US 오픈이었다.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것이다. 얼마나 상심이 컸던지 디섐보에게 우승 축하 인사도 건네지 않고 코스를 떠났고, 약 한 달 동안 칩거에 들어갔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긴 했지만 아내 에리카와는 이혼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힘겨운 여름을 보낸 매킬로이는 막판 웃었다. DP월드 투어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을 제패하고 3년 연속 유럽 챔피언에 오른 것이다. 시상식에서는 아내, 딸과 함께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올해도 허리 수술을 받고 5개 대회에만 출전하는 등 여전히 몸이 좋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12월 가족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에서 아들 찰리와 준우승을 한 것은 물론 찰리가 생애 첫 홀인원을 기록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감격해 했다. 우즈의 시선은 이제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스크린골프리그 ‘TGL’에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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