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첫 변론 준비 기일에서 쟁점 및 증거 정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배경에는 윤 대통령 측의 늦장 대응이 자리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첫 변론 준비 기일 당일인 27일에서야 대리인단 선임계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특히 윤 대통령 측은 ‘왜 대통령 탄핵 사건만 빨리 진행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는 한편 인력 부족과 촉박한 일정으로 대응이 어렵다는 어려움만 거듭 호소했다. 결국 청구인인 국회 측만 15명 증인 요청 등이 이뤄진 채 첫 변론 기일이 마무리됐다.
이날 40여 분간 진행된 변론 준비 기일은 향후 효율적인 심리를 위해 쟁점 등을 정리하는 사건의 윤곽조차 그리지 못한 채 종료됐다. 해당 절차는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측이 제출한 쟁점, 증거 및 증인 목록 등을 정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 양측은 첫 변론 준비 기일에 탄핵 소추 사유를 정리했다. 또 대통령 측 대리인이 적극적으로 재판부 질문에 답변하고 증거도 추가로 제출해 사건 심리에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첫 변론 준비 기일에서는 탄핵소추 사유 정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쟁점 및 증거 정리에 대한 재판부 질문에 추후 답변서를 제출하겠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정형식 재판관은 대리인 측에 국회가 24일 제출한 입증 계획서 및 증거 제출서 증거 자료를 확인했는지 물었으나 대리인 측은 이날 선임돼 받았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날 기일에서 쟁점 정리가 어렵다는 점을 거듭 주장했다. 절차와 관련한 발언은 ‘탄핵소추의 적법 여부를 따지겠다’ ‘송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뿐이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오늘 서류를 발송했다는 사실만 듣고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안 된 상태라 (쟁점을) 정리하는 게 마땅한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정 재판관이 국무회의 회의록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대리인단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심판정에) 왔다”며 “상황을 감안해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형사사건, 탄핵 사건을 같이 진행하는데 충분한 여력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헌재에) 계류 중인 탄핵 사건들이 많이 있는데 이 사건을 제일 먼저 심리하고 빨리 진행하는 데 대한 재판관들 사이의 협의가 있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준비 기일 종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적절한 시기에 직접 나와서 본인이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의 호소에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과 함께 충분한 협조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재판관은 “대통령 탄핵 사건이 가장 나중에 접수됐지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사건”이라며 “신속하게, 하지만 피청구인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반영해서 심리하겠지만 할 수 있음에도 안 하는 경우에는 제재를 가하겠다”고 강행 의지를 밝혔다.
결국 국회 측만 탄핵소추 사유를 설명하고 15명의 증인을 요청하는 등 첫 변론 준비 기일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국회는 탄핵소추 사유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 △계엄사령관을 통한 포고령 1호 발표 △군대와 경찰 동원으로 국회 봉쇄 진압 및 국회 활동 방해 △군대 동원 영장 없이 선관위 압수수색 △위헌적인 계엄 선포 후 군대 동원 등이다. 또 추후 윤 대통령의 정치인·법조인·언론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지시 사항을 별도 소추 사유로 제시할 계획을 밝혔다.
국회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 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이상현 1공수여단장,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 등 15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아울러 국회는 이달 24일에 제출한 입증 계획서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특별수사본부 등을 상대로 김 전 장관,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여 사령관 등에 대한 영장 청구서와 심문 조서 송부 촉탁을 신청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증거 채택 여부는 다음 기일인 내년 1월 3일 오후 2시 2차 변론 준비 기일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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