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7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자 야당을 향해 “입법 내란이자 국헌 문란”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여당은 한 총리 탄핵안이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무효’라며 후임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를 요청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 표결은 원천 무효이고 투표 불성립이 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권한대행 탄핵안 표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석) 찬성이 필요한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멋대로 과반이면 가결되는 것으로 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총리에게 권한대행직을 그대로 유지해줄 것을 촉구했지만 한 총리는 직무 정지를 수용했다.
여야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안 가결 요건을 달리 해석하고 있다. 헌법은 대통령 탄핵소추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고 총리처럼 대통령 이외의 공무원은 탄핵소추에 재적의원 과반(151명) 찬성으로 가결된다고 규정했다. 다만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 조항이 없어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엇갈린 판단이 나온다. 권한대행의 정족수를 놓고 여당은 대통령직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총리직을 적용해야 한다며 아전인수 격 해석을 하는 것이다.
국회 표결의 키를 쥔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한 총리 탄핵안 의결정족수를 재적의원 과반이라고 밝히며 야당 손을 들어줬다. 국회 산하인 입법조사처는 국무총리직 수행 중 발생한 사유로 인한 탄핵소추안은 일반 의결정족수(151석)를 적용해 처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여당 의원들은 이에 일제히 단상 앞으로 다가와 주먹을 쥐고 흔들며 고성으로 항의, 본회의장은 일순간에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우 의장을 향해 “원천 무효” “의장 사퇴”를 외쳤다.
국민의힘은 곧장 법적 대응에 나섰다. 여당 의원 108명 전원 명의로 이날 헌법재판소에 우 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한 총리 탄핵안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사유가 헌법상 탄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탄핵 사유 자체는 법률적·헌법적인 위반이 전혀 없다”면서 “탄핵소추안에 대해 대통령에 준하는 가중 탄핵정족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위헌적 해석으로 청구인들의 탄핵소추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며 국민 대표권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여당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한 총리는 다시 총리직에 복귀해 본안 결정이 나올 때까지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 이 또한 초유의 사태로 행정부 수반이 잇따라 교체되면서 국정에 막대한 혼선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권한대행직을 물려받은 최 권한대행이 한 총리 탄핵안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나오기 전까지 결정한 정책 등의 효력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 권한대행 역시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권 권한대행은 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소 결정이 날 때까지 (공석인 국회 몫 3석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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