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을 둘러싼 정국 불안으로 환율의 천장이 뚫렸다. 국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6.7원까지 치솟아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국이 격랑에 휩싸이면서 자본 유출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환율 급등에 장중 코스피는 24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총 33조 6000억 원의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인 정치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원자재와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가 치명상을 입게 된다. 기업은 달러화로 결제하는 원자재 수입과 해외투자 비용 증가로 경영이 악화하고 가계는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로 인한 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는 다시 기업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산업연구원은 원화의 실질 가치가 10% 떨어지면 대기업 영업이익이 0.29%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을 냈다. 일각에서는 국정 혼란과 고삐 풀린 환율,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 등 악재들이 겹쳐 내년 1분기에 우리 경제가 역성장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외환 당국은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가 된 환율을 방어하는 데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트럼프 쇼크에 따른 ‘강달러’ 현상과 정치 불안으로 쉽지 않겠지만 환율 1500원 지지선을 지켜내지 못하면 경제까지 격랑에 휘말릴 수 있다. 우선 한국의 경제 시스템이 정상 가동 중이며 펀더멘털이 견고하다는 대외적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면밀한 시장 모니터링으로 외환 변동성에 즉각 대응하면서 주요국과의 통화 스와프 확대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환율 급등을 초래한 정국 혼란 증폭을 둘러싼 책임 공방을 멈추고 경제 활성화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여야가 극단적 정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야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에 직면한 경제를 살려낼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