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지는 탄핵 정국으로 인해 현재와 내년의 부동산 시장과 경매 시장의 전망은 어떠할까.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한국 경제 전반에 걸친 충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에 당분간 투자 위축 심리가 부동산 시장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도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다수였는데 이 사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상황이다.
일반 수요자들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12·3 비상계엄 전후의 낙찰가율을 분석해보았다. 부동산 경매는 입찰자가 미래의 시장 상황을 예측하여 입찰가를 쓰기 때문에 그 입찰가격의 변동율을 통해 매수자들의 당장의 매수 심리를 파악하기 용이하다.
12·3 비상계엄이 있은 때로부터 2주 전인 11월 셋째주에 낙찰된 서울 아파트는 총 32건이었으며, 평균 낙찰가율은 92.9%였다. 그리고 비상계엄 직전 11월 넷째주에 낙찰된 서울 아파트는 총 18건이었고, 평균 낙찰가율은 92.5%였다. 이처럼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평균적으로 90%대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 사태가 있은 때부터는 어떠할까.
비상계엄이 있고 그 다음 주인 12월 둘째주에 낙찰된 서울 아파트는 총 42건이었는데, 평균 낙찰가율은 88.4%였다. 비상계엄 여파로 인해 평균 낙찰가율이 4% 가량 갑자기 떨어진 것이다. 웬만하면 깨어지지 않던 서울 아파트의 90% 낙찰가율 선도 붕괴되었다.
다만 입찰자 숫자는 여전히 많은 편이라 서울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가 반영되어 매수자들이 종전보다 입찰가격을 좀 더 낮게 쓴 것으로 분석된다.
떨어진 낙찰가율 수치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곧바로 원상회복하였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4일이 지나자마자 12월 셋째주에 진행된 법원경매 물건 중 서울 아파트는 총 28건, 평균 낙찰가율은 92.1%이었다. 탄핵안 가결 후 계엄이 있기 직전 수준으로 낙찰가율을 회복한 것이다. 비상계엄의 여파가 여전히 느껴지긴 하지만 탄핵안이 통과됨으로 인해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에 한해서는 그 여파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럼 2025년은 어떠할까.
정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아 부동산 시장은 투자대상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될 것은 물론이고 부동산을 구입하고자 했던 수요자들 입장에서 특별한 움직임 없이 시장을 관망하려는 사람들이 늘 것은 자명하다.
이런 시기에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실수요자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다른 수요자들처럼 똑같이 시장을 관망해야 할까, 아니면 주택 매입을 적극 고려해야 할까.
내년의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가격의 대세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위기는 곧 기회라 했다. 실수요자라면 이런 위기의 순간에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싼 가격에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
부동산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경매이다. 부동산 경매는 서울 기준 1번 유찰될 때마다 20%씩 가격이 저감되어 진행되기 때문에 꾸준히 입찰을 반복하면 아파트를 일반 매물보다 1억원 이상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적지 않다.
특히 내년 부동산 경매시장에 나올 매물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그 숫자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경매 물건이 많아지는 만큼 입찰자 입장에서는 낙찰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크게 오른다. 탄핵심판의 결과는 4월까지는 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에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내년 1월부터 4월 사이의 기간이 실수요자가 가장 주택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시기이다.
내 집 마련을 고민 중인 실수요자라면 내년 상반기의 부동산 경매시장을 주시해보는 것은 어떨까. 항상 미뤄만 왔던 ‘실거주 집 마련’이라는 평생의 숙제를 끝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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