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창원시에서 청동기시대 지배계층 무덤인 고인돌이 부실한 관리 속에 공공기관의 측량 장비로 훼손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청동기를 주요 도구로 사용한 청동기시대는 한반도에서 기원전 1500~2000년 무렵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8일 창원시와 국립창원대학교박물관 등에 따르면 한국국토정보공사 경남지역본부(이하 국토정보공사)는 지난 10월 21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산리에 있는 1호 고인돌(지석묘)에 약 10㎝ 길이 쇠못 형태의 '지적 도근점'을 박았다. 지적 도근점은 건물이나 토지 등의 측량을 위해 평지에 설치하는 기준점이다.
국토정보공사는 이 고인돌이 있는 장소 일대의 토지 측량을 하기 위해 지적 도근점을 박는 작업을 했는데 당시에는 고인돌인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고인돌은 사유지인 밭에 있고, 인근에 문화유산임을 알리는 안내 정보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인돌임을 뒤늦게 알게 된 국토정보공사는 창원시와 협의해 훼손된 고인돌을 복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창원대박물관 창원시문화유적분포지도에 따르면 이번에 훼손된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지배계층 무덤으로 추정되며 상석 길이가 350㎝, 너비가 285㎝, 두께가 35∼75㎝에 달한다.
동읍 봉산리에 분포하는 8기 고인돌 중에 크기가 큰 편에 속한다. 2006∼2007년 김해박물관에서 발굴 조사를 했지만 제도적 보호 대상이 아닌 비지정 문화유산으로 방치돼 있었다.
창원대박물관 관계자는 "동읍에 분포된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지배계층의 무덤 양식을 모여주는 중요한 고고학적 자료이지만, 비지정 문화유산이라는 이유로 관리가 되지 않고 이같이 공공기관에 의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관련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시 문화유산과는 해당 고인돌이 청동기시대 문화 유산임을 알릴 수 있게 토지 소유자에게 허락을 구한 뒤 안내 표지문을 세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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