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장관 등과 적어도 올해 3월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뒀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 등이 모인 자리에서 “비상대권 밖에 방법이 없다”고 수차례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이번 ‘12·3 계엄 사태’를 국헌 문란의 목적이 인정되는 폭동으로 판단한 만큼 내란 우두머리로 지속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27일 김 전 장관을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이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봤다. 윤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포고령을 발령한 뒤 무장한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했기 때문이다. 또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장악하고 영장 없이 주요 인사와 선관위 직원의 체포·구금 시도에 이어 군경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저지한 뒤 국회를 무력화, 별도의 비상 입법 기구를 창설하려 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이 김 전 장관이 재판에 넘기면서 공모 관계에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장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발표한 보도 참고 자료에 윤 대통령을 40여차례나 언급했다. 때문에 사실상 윤 대통령의 공소장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군 관계자들에게 직접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며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저지하라고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인사 10여 명의 체포·구금도 지시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이후에는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수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공수처·경찰·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에게 벌써 세 번째 출석 요구를 했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에게 29일 오전 10시까지 공수처 청사로 출석할 것을 요구으나 대통령 측은 요청서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변호인 선임계도 아직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출석을 불응할 경우 강제수사를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수사기관이 3차례 소환 기회를 주고도 피의자가 불응하면 영장을 청구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조본이 실제로 강제수사에 돌입하기는 시기 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로부터 윤 대통령에 관한 수사자료를 받기로 했지만 아직 자료가 모두 넘어 오지 않으면서 혐의 입증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공수처법에 따른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에 따라 사건을 이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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