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7일 탄핵소추된 전후로 한국의 정국 상황을 자세히 분석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주요 매체들은 한국의 여야가 사태 해결을 위한 협력보다는 대립을 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한국 경제와 외교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국회에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됐다며 “계엄 사태로 시작된 정치적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총리 탄핵소추에 대해 “한국의 두 주요 정당이 깊어지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 국회가 국가의 정치적 미래를 둘러싼 원한 어린 싸움의 장이 됐다”며 “이 같은 상황은 민주주의와 힘의 지배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얇은지를 상기시킨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계속해서 영하의 날씨를 견디며 국가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촉구하고 있지만, 앞으로 몇 주 간은 이전 한 달보다 더욱 소란스러울 것으로 가디언은 내다봤다.
영국 BBC 방송도 한국의 양당이 혼란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총리 탄핵소추에 대해 “현재 한국이 겪는 정치적 교착상태와 불확실성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아울러 표결 과정에서 혼란이 벌어졌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의 가결 정족수 선포 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 쪽으로 몰려가 거세게 항의한 상황도 전했다.
이번 사태가 경제와 외교 등 다른 분야에까지 부정적인 여파를 미치고 있다고 외신들은 입을 모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수출 동력이 둔화하고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에 따른 관세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커지는 정치적 혼란은 경제 부문의 위험까지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한국의 원화 가치는 2009년 외환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코스피도 1% 가량 하락했다.
AP통신은 “외국 파트너들이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소외시키는 동시에 외부의 위협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 연구원의 견해를 전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우리의 국제적 신뢰도는 떨어질 것”이라며 “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조용히,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는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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