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면서 공항 외벽과 충돌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탑승객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최근 5년간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 사고가 600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항공기는 제주항공 7C 2216편 항공기로 기종은 B737-800이다. 이 항공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현재 생존자인 남녀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기체가 폭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6개월간 국내 공항에서는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623건 발생했다.
공항공사가 집계한 조류 충돌은 일정 고도 이하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는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조류 충돌은 2019년 108건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운송량이 감소한 2020년 76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지난해 152건으로 꾸준히 늘고있는 추세다.
조류 충돌이 늘어나는 원인은 공항 주변의 조류 서식지가 개발되면서 갈 곳을 잃은 조류들이 공항 내 녹지대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새와 비행기의 충돌은 대부분 이륙 직후나 착륙 직전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가 1만 미터 이상의 상공에서 운항할 땐 고도가 높아 충돌할 일이 없지만, 착륙 직전인 지상 2.5km 이하 상공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새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엔진이 망가지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고 이번처럼 랜딩기어의 작동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미국에서는 지난 25년간 새와 비행기 충돌 사고가 16만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세계 항공시장이 조류 충돌 대응에 매년 1조 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조류 충돌'은 항공 업계에서 '하늘의 공포'라고 불린다. 새는 다가오는 물체의 크기와 속도에 상관없이 대략 30m 이내에 접근했을 때 피하는 습성이 있다. 30m 이내에서 시속 300㎞로 비행하는 기체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충격도 상당해 항공기가 시속 300㎞로 날던 도중 약 1㎏의 새와 충돌할 경우 약 5톤에 달하는 충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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