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기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위험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무안공항은 전국 공항 중 조류 충돌 발생률이 가장 높아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기 이·착륙 또는 순항 중 새가 동체나 엔진 등에 부딪히는 현상을 말한다. 항공 전문가들은 "시속 370km로 상승하는 항공기에 청둥오리 한 마리(900g)가 충돌할 경우 순간 충격이 4.8t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가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건수는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0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운항 횟수(1만1004편) 대비 발생률은 0.09%로, 김포공항(0.018%)과 제주공항(0.013%)을 크게 웃돌았다.
전국 공항의 조류 충돌 사고는 꾸준히 증가세다. 2019년 108건에서 작년 152건으로 늘었다. 항공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철새가 텃새화되고, 조류 출몰 시기와 종류가 다양화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도 관련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2월 6일 인천공항에서는 이륙 직후 17피트(약 5.2m) 상공에서 조류가 엔진과 착륙기어에 충돌했다. 6월 24일에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던 항공기가 조류와 부딪혀 회항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공항 당국은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용역업체와 계약해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총포와 폭음경보기, 음파퇴치기 등을 운용 중이다. 최근에는 AI 기술과 레이더를 활용한 조류 이동경로 탐지 시스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항공안전 전문가는 "우리나라 공항 대부분이 들판이나 해안가에 위치해 조류 충돌 위험이 높다"며 "첨단 기술을 활용한 예방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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