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에 이어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잇단 가결 사태로 정국 혼란이 가중되면서 경제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외신들은 “한국은 정치 혼란으로 경제 리스크가 증폭되고 국제적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고 암울한 진단을 했다. 서울경제신문이 29일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53.5%는 정치 리스크와 원·달러 환율 급등 등으로 내년의 경영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정 리더십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외교 고립 및 안보 위험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가 현실화하면서 경제·안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여야 정치권은 ‘n차 탄핵’ 가능성을 거론하며 도돌이표 극한 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관 3인을 조속히 임명하지 않을 경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론 서열 후순위 국무위원들도 잇따라 탄핵하겠다고 겁박하고 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정치 혼돈으로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볼 정도로 치솟고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연간 250조 원 넘게 증발했다. 내년 1월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도 터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총리·경제부총리라는 ‘1인 3역’을 감당하는 비정상적 체제로는 경제 시스템의 정상 작동이 어렵다.
정치가 경제·안보 등 국가 시스템까지 집어삼키지 않으려면 여야정이 혼란 수습을 위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정치를 정상화하고 경제 위기 증폭을 막을 수 있다. 여야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치킨게임’을 당장 멈추고 헌법재판관 임명과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독소 조항 손질을 놓고 합의해야 한다. 최 권한대행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헌법재판소도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에 대해 여당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에 조속히 결론을 내려 혼란 확산을 막아야 한다. 여야정이 헌법과 상식을 기준으로 삼아 시국 수습 해법을 찾아야 국정 대혼돈을 막고 국민의 일상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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