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31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각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발생한 미등록 인원을 반영해 모집 인원을 내부에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내년도 전국 의대의 최종 모집인원은 4610명으로 굳어질 것으로 보이며, 의료계가 요구해 온 의대 정원 재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된다.
29일 교육계, 의료계 등 상황을 종합하면 각 대학은 30일까지 정시모집 인원을 최종 확정 발표하며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원서를 접수 받는다. 대학별로 수시모집 추가합격자를 발표한 후 지난 27일 오후 10시까지 등록하지 않은 인원은 모두 정시모집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시모집이 시작되는 순간 내년도 대입 정원은 어떤 방식으로도 조정이 불가능하다.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의사단체에서는 수시에서 충원하지 않은 인원을 정시모집으로 넘기지 않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의대 모집인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법적 이유로 이를 거부했으며 정시모집 인원이 발표된 후 수정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입시업계 안팎에서는 전국 39개 의대가 정시로 이월하는 수시 미충원 인원이 10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본다. 종로학원이 분석한 최근 6년간 수시에서 정시로의 이월 인원은 2019년 213명, 2020년 162명, 2021년 157명, 2022년 63명, 2023년 13명, 2024년 33명이었다. 올해는 의대 정원이 늘면서 수시모집에서 쏠림현상이 심화했고 의약학계열 수시모집에서 미등록 인원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7일까지 공식 발표된 지방권 4개 의대의 모집정원 대비 등록 포기 비율은 99.6%로, 작년의 59.7%를 크게 웃돈다. 충북대는 200.0%에 달했고, 제주대 123.4%, 부산대 83.7%, 연세대 미래캠퍼스 36.1%였다.
의대와 중복 지원이 많은 약대, 치대, 한의대의 등록포기율도 작년보다 올라갔다. 13개 약대의 등록 포기 비율은 작년 54.3%에서 79.0%로 상승했으며 이 중 서울권 7개는 49.7%에서 68.7%로 높아졌다. 치대는 서울대 32.0%(작년 36.0%), 연세대 94.1%(32.4%), 한의대는 부산대 100.0%(45.0%)로 각각 집계됐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그 폭은 전면 모집정지부터 2024학년도 정원인 3058명의 절반 수준인 약 1500명까지 다양하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하면 2026학년도 모집은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대생 모임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25학번과 26학번 중 한 해 모집정지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기존 정원 3058명의 절반 정도인 1500여명 선발로 사회가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문제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정하기에 시간이 촉박할 뿐 아니라 정부와 의료계 사이 대화 공간마저 없다는 점이다. 의료계 주장대로 의대 모집정지를 결정하면 현재 고2 수험생과 학부모 반발이 예상된다. 의대 총장들도 모집 정지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면 1500명 선으로 모집인원을 줄여도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를 논의할 대화 창구도 끊어진 상태이며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지는 정국 혼란 속에 복원이 난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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