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사망한 가운데, 희생자 유가족들이 대표단을 꾸리고 “유가족 모두가 모여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는 합동분향소에 대해서는 “공항 1층에 마련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30일 오전 10시 30분께 박한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대표는 탑승동 2층에서 유가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박 대표는 “1~2분이 빠지기 시작하면 (유가족의 목소리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수 있다”면서 유가족의 단합을 강조했다.
이날 오전 8시 35분 기준 179명 중 141명의 신원 확인이 완료된 가운데 장례 절차에 대해서는 “제주항공으로부터 장례비용 확약서를 받으려고 했는데 아직 전달이 되지 않은 상태”라며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비용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 애경그룹이 장례 비용을 내는 점을 명시하고 비용 관련 문구를 수정했다”면서 장례비용은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무안 스포츠파크 외에도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 1층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전날 전남도청 재난대책상황실에서 회의를 열고 무안 스포츠파크에서 오전 11시부터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참사 현장은 공항인 데다가 많은 유가족들이 머무르는 점을 고려해서 대다수의 유족들은 공항 1층 합동분향소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가 “공항 1층에 합동분향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하자 많은 유가족은 ‘맞다’고 외치거나 손을 들며 동의 의사를 밝혔다.
“정부 측과 얘기해서 1층 공간의 한 부분을 비워 합동분향소를 만들어달라고 할 것”이라 말한 박 대표는 “합동분향소를 만들 때 마지막으로 영정사진을 같이 올려놓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어 박 대표는 울음을 참은 채 “유가족들은 영정사진을 만들기 위해 사진을 준비해달라”고 공지했고, 나머지 유가족들도 ‘영장사진’이라는 말에 흐느꼈다.
참사로 아내와 아들을 잃었다는 유가족 A 씨는 취재진 앞에 서서 “태국 가족 여행을 하다 참사 하루 전 직장이 있는 인도로 먼저 입국해서 저 혼자 살아남았다”면서 “일행 중 할아버지 생신이라면서 따라온 6살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잊히질 않는다. 저희 가족 4명 중에, 함께 여행을 한 18명 중에 저 혼자 살아남았다. 왜 고통은 제 몫이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조류 경보를 낸 지 1분 만에 비행기가 메이데이를 했다는데 그 전에 조류 관찰을 못했던 것이냐. 무안공항은 관리하지 못하고, 착륙이 되지 않을 것 같으면 착륙 허가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고 공항 측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A 씨는 스포츠파크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대해서는 “스포츠파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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