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에 설치된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웠다는 의혹이 온라인 상에서 일고 있다.
전날 참사 직후 비교적 짧은 활주로가 충돌을 야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뒤 전문가들이 “사고 기종이 비상 착륙하기에는 문제가 없는 길이였다”고 일축하며 논란이 잦아든 지 하루 만이다.
30일 무안국제공항에 따르면 공항 측은 지난해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의 일종인 로컬라이저를 교체했다. 공항 측은 로컬라이저의 내구연한(15년)이 끝나 장비를 교체하면서 기초재를 보강했다.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구조물은 활주로 끝에서 300여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구조물은 2m 높이로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흙더미로 덮여 있으며 그 위에 설치된 로컬라이저까지 포함하면 4m 정도 높이다. 공항 측은 활주로 끝단 이후 지면이 기울어져 수평을 맞추기 위해 흙 둔덕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제주항공 여객기는 관제탑의 착륙 허가를 받고 동체 착륙을 시도했지만 활주로를 넘어 둔덕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이에 외국 항공 전문가와 전직 비행사 등은 유튜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객기가 구조물을 충돌해 인명 피해가 컸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항공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David Learmount)는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승객들은 활주로 끝을 조금 벗어난 곳에 있던 견고한 구조물에 부딪혀 사망했는데, 원래라면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였다"고 주장했다.
다른 외국인 유튜버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안테나 구조물이 너무 높게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무안국제공항 관계자는 "항공기의 착륙을 안전하게 유도하기 위한 로컬라이저는 내구연한이 도래해 규정대로 설치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도 ‘다른 공항에도 동일한 형태의 방위각 시설이 있다’면서 해당 시설과 참사 간의 인과관계에 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무안공항은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 외곽의 활주로 끝단에서 251m 거리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돼 있다"며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안국제공항이 안전성 검토 없이 해당 구조물을 임의로 설치한 것이 아니라 규정에 따라 지었다는 의미다.
한편 이날 오전 6시 37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B737-800 기종)은 이륙 직후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에서 이상이 발견돼 회항했다. 해당 기종은 전날 충돌 사고가 벌어진 기종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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