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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으로부터 위안 받고 AI, 코인, 문해력 파고든 독자들 [2024년 책 결산]

새내기 어른 작가들에게 젊은 독자들 모여

이옥선 '즐거운 어른' 손웅정 '읽고 쓰고 버린다' 등

AI 문해력, 코인 생존과 자산 증식의 필수 요소로 부각

집중력 대신 문해력에 주목해…필사노트 신드롬도

지난 28일 서울 사당동 영풍문고에서 독자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정혜진기자




올해 독자들은 어른들로부터 인생을 배우고 인공지능(AI), 코인(가상자산), 문해력을 파고 들었다.

어른들로부터 배워요…70대 첫 신인 작가의 탄생

25일 출판계에 따르면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어른들로부터 배우고 위안을 얻으려는 독자들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서점 플랫폼 알라딘에 따르면 지난 4월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한 손웅정 감독의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는 구매자의 경우 40대가 45.4%로 가장 높았고 이어 50대(23.8%), 30대(19.1%) 순으로 나타났다. 책에서 살아온 지혜를 덤덤히 전하는 할머니들에 대한 독자들의 충성도도 높았다. 유튜브 ‘밀라논나’ 채널을 운영하는 밀라논나는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김영사 펴냄)’에서 30살의 터울이 나는 이경신 피디와 대화를 주고 받는 방식을 취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같은 시기 이야기장수에서 출간한 이옥선 작가의 ‘즐거운 어른’은 예스24에서 올해 첫 단독 저서를 낸 작가들을 대상으로 선정한 올해의 신인상 코너에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이듦에 대해서 어떠한 포장도, 어떠한 회한도 없는 유쾌한 모습의 할머니가 젊은 시대가 원하는 어른의 상을 보여준 게 독자들에게 깊은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게 출판계의 분석이다.

인공지능(AI) 관련 책들이 모여있는 경제 서적 코너 /정혜진기자


AI문해력이 생존 필수요소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하루하루 실생활에 접목되는 한편 AI문해력이 개개인의 경쟁력에 중요 요소로 부각되면서 AI가 키워드로 들어간 도서 발행 건수가 크게 늘었다. 예스24에 따르면 AI·인공지능이 제목에 포함된 정보기술(IT) 도서는 올해에만 389종이 출간돼 지난해(116종)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판매량 역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2% 증가했다. ‘AI 리터러시’ ‘LLM을 활용한 실전 AI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활용법에 관한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동시에 AI 붐의 주역이 된 엔비디아, TSMC 등 기업들을 조명한 책을 찾고자 하는 수요도 늘었다. 엔비디아의 경우 회사의 업력을 다룬 ‘엔비디아 웨이’부터 조직 문화를 다룬 ‘더라스트컴퍼니’까지 다양한 책들이 출간됐다.



코인 다룬 서적들도 연말 열풍

한 동안 주춤했던 가상자산 열풍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현되면서 관련 서적의 인기가 빠르게 높아졌다. 예스24에 따르면 제목에 코인(가상자산)이 들어간 서적의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8% 급증했다. 관련 도서 출간도 지난해에는 10종에 그쳤지만 올해는 42종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올 여름 출시 당시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더 피아트 스탠다드’ ‘이더리움 억만장자들'이 연말에 다시 주목을 받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집중력 보다 어휘력에 꽂혔다

지난해 ‘도둑맞은 집중력’ 신드롬으로 집중력에 꽂혔던 독자들이 어휘력, 문해력을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삼은 것도 새로운 부분이다. 문해력을 기르고자 하는 수요에 힘입어 유선경 작가의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위즈덤하우스 펴냄)’는 지난 3월 출간 후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20만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전작인 ‘어른의 어휘력(15만부 이상 판매)’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김종원 작가의 ‘부모의 어휘력’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또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어른과 아이를 각각 타깃으로 내세운 일력 형태의 어휘력 책들도 인기를 끌었고 문지애 아나운서 등 유명인들도 가세해 어휘력 신드롬에 불을 붙였다. 출판계 관계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출판계에서는 모든 이슈를 흡수하는 블랙홀이 됐다”면서도 “불확실한 시대에 어른들로부터 배우고자 하고 내면을 어휘력과 생각하는 힘, 대화하는 힘으로 다듬고자 하는 니즈가 눈에 띄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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