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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플랫폼 고공비행…개발사는 생사기로

[2024 도약한 K바이오] <하> 희비 엇갈린 바이오벤처

SC제형 개발·ADC 플랫폼 등

올 제약·바이오 기술 수출 8조

신약개발 기업은 위기감 증폭

투자·R&D 예산 감축 '이중고'





올해 국내 바이오벤처 업계에서는 알테오젠 등 플랫폼 기업들이 조(兆) 단위 기술수출 성과로 ‘약진’한 반면 신약개발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자금난으로 ‘고전’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체결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계약은 15건이다. 지난해 18건과 비교하면 소폭 줄었지만 총 규모는 8조 원으로 같은 기간 7조 7000억 원보다 늘었다.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변환하거나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개발을 위한 플랫폼 기술을 가진 기업들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알테오젠은 SC제형 기술을 기반으로 머크(MSD), 산도스, 다이이찌산쿄 등 글로벌 빅파마들과 기술수출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주목 받았다. 지난 2월 MSD와 항암제 ‘키트루다’에 대한 독점 사용권 라이선스 계약을 시작으로 11월에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ADC 신약 ‘엔허투’의 SC 제형 개발을 위한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ADC 플랫폼 ‘컨쥬올(ConjuAll)’을 통해 조 원 단위 기술수출을 이뤄냈다. 컨쥬올은 항체의 특정 부위에 정확하고 일정하게 페이로드(약물)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페이로드의 독성을 낮춰 종양 세포에서 높은 농도로 활성화한다. 2015년 포순제약에 대한 첫 기술수출 이후 총 계약 건수는 14건이며 누적 계약 규모는 9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약 개발에 집중해 온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투자 심리 위축의 직격탄을 맞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오름테라퓨틱스는 지난 7월 미국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최대 9억 2500만 달러(1조 4000억 원) 규모의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바이오 기대주’로 꼽혔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예상보다 부진한 결과로 결국 지난달 29일 상장 철회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의료 분야 민간(VC·벤처캐피탈) 투자는 총 8844억 원으로 2021년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다. 올해의 경우 9월까지 7524억 원으로 연간 투자액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1조 원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정부의 연구개발(R&D) 자금이 전년 대비 15% 삭감되며 바이오벤처들은 연구과제 중단 및 축소, 인건비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더구나 최근 정치적 혼란으로 일부 정부지원 산업 프로그램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서 업계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바이오벤처의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장기간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돼야 하는데 민간·정부 투자가 모두 위축돼 있어 기업 운영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장 기업들은 법차손(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손실), 매출액(연 30억) 등 상장 유지 요건도 유지해야 하는 만큼 고민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바이오벤처들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바이오 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다양한 분야 바이오기업들의 비즈니스·정책 수요를 파악해 해결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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