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대참사 하루 만인 30일 같은 항공사의 동일 기종 여객기가 랜딩기어(이착륙 장치) 이상으로 되돌아오는 일이 벌어졌다. 제주항공은 이날 오전 6시 37분 김포국제공항에서 161명을 태우고 출발한 제주행 여객기가 이륙 후 랜딩기어 이상으로 50분 만에 회항했다고 밝혔다. 전날 179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랜딩기어 미작동이 꼽힌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제주항공 경영진은 전날 대참사와 관련해 “정비 불량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유사한 이상 현상이 재발해 충격을 줬다.
참사 여객기는 이달 27일에도 탑승 중 시동 꺼짐 현상이 있었고 사고 전 48시간 동안 13차례 과다 운항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랜딩기어 미작동 원인으로 새떼가 엔진에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꼽히지만 수동 작동이 되지 않은 것도 의문점이다. 제주항공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정비 인력이 대폭 감소했다” “툭하면 엔진 결함이다” 등의 안전 문제를 지적해왔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무안공항의 관리 미흡 문제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주변에 철새 도래지 4곳이 있는 무안공항은 전국 지방공항 중 조류 충돌 사고율이 가장 높은데도 폭음기·경보기·레이저 장치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당초 철새 서식지 근처에 공항을 조성한 것은 정치 논리라는 비판도 무성하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끝 200m 지점에 이례적으로 콘크리트 외벽이 설치돼 있는 점이 참사의 원인이 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토교통부에 “항공기 운항 체계 전반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는 이번 참사 기종과 같은 보잉 737-800 101대에 대해 전수 특별 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당국은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해 책임을 묻고 완벽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직 사회와 항공사가 긴장의 고삐를 늦추는 순간 대형 사고가 터질 수 있다.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항공기와 공항들의 안전 관리를 철저히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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