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전국 집값이 지금과 같거나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에 비해 수도권 전월세 시장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1만 900가구로 올해보다 27.7% 줄어든다. 또 높은 매매가와 관망세로 매매 수요는 전세로 전환하고 있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건설주택포럼·건설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부동산·건설 개발 전문가 75인을 대상으로 ‘내년 주택 시장 전망’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는 내년 상반기에도 수도권 전월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3% 상승’할 것이라는 답변이 45.3%로 가장 많은 가운데 ‘3~5% 상승’한다는 답변이 22.7%를 기록했다. ‘보합’ 전망은 14.7%,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은 16.6%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전월세 상승의 첫 번째 이유로 ‘신축 입주 물량 감소(68.3%)’를 꼽았다. 지난해 본지 조사에서 전문가들이 전월세 상승 이유로 ‘신축 입주 물량 감소’를 응답한 비율이 29.6%였던 것에 비해 공급 우려가 훨씬 커진 것을 확인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동산R114 분석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임대 포함)은 총 26만 330가구로 올해 36만 4058가구보다 10만 가구 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4년(27만 4943가구)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다. 이중에서도 특히 물량이 가장 크게 줄어드는 지역은 경기도로 올해보다 4만 6536가구 감소한 7만 405가구만이 내년 입주를 맞게 된다.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462가구 늘어나지만 경기 입주 물량의 급감으로 공급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월세 상승의 두 번째 이유는 ‘매매 수요가 전세로 전환할 것(18.3%)’이라는 응답이 차지했다. 주택 가격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당장 집을 사지 않고 대기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8.6으로 6월 셋째 주(98) 이후 최저 수준이다. 대출 규제 강화 이후 10월 중순부터 8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적다는 의미다.
수도권 전월세 가격이 내년 상반기에 보합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도 14.8%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보합 전망의 배경으로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와 높은 금리를 들었다.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으로 수요자의 보증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어 전세 가격이 마냥 고공 행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의 77.3%는 내년에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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