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독립적인 저널리즘을 위협할 것이라는 사실이 도통 믿기지 않는다면 그동안 이 문제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공세는 이미 시작됐다. 그렇다고 언론인들이 겁부터 집어 먹어선 안된다.
트럼프는 무슨 일을 벌일지 이미 예고했다. 지난주 그는 “언론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우리의 언론은 우리의 선거시스템만큼이나 부패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공정한 언론’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공정이란 길들여지고 순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공격은 주로 소송을 통해 이뤄졌다. 최근 ABC뉴스는 트럼프가 조지 스테파노풀러스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해 15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스테파노풀러스는 자신이 사회를 맡은 ABC 뉴스 프로그램에서 트럼프와 진 캐롤 사이에 진행중인 성추행 재판을 언급하며 트럼프에게 강간혐의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고 트럼프는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만약 이 문제로 재판까지 갔다면 ABC방송이 승소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하급심에서 패소한다 해도 트럼프는 거의 틀림없이 자신의 우군으로 가득찬 연방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은 공인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으로부터 언론인들을 폭넓게 보호해 온 오랜 관행을 약화시키려 했을 것이다.
최근 트럼프는 디모인 레지스터지와 존경받는 여론조사 전문가인 앤 셀처를 고소했다.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두고 레지스터스가 카멀라 해리스가 아이오와주에서 우세를 보인다는 셀처의 여론조사 결과를 게재했다는 이유에서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는 13포인트 차로 아이오와주를 손에 넣었다. 트럼프와 그의 변호사들은 셀처의 빗나간 조사가 소비자 우롱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퓰리처상위원회를 상대로 2022년 제기한 ‘암시적 명예훼손’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퓰리처상위원회가 2018년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를 전국 보도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당시 양대 전국지는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과 트럼프 캠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 및 뒤이어 출범한 새 행정부와 모스크바의 관계를 파헤쳐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 사기극’이 신빙성을 잃었다며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에 수여된 상이 취소돼야 한다고 핏대를 올린다.
그동안 트럼프의 목표는 크고 강력한 기관들이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보호하는데 사용할 풍부한 재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작은 기관들 혹은 개별 언론인들에겐 부유한 원고가 제기한 소송의 법적 근거가 미미하다 해도 여기에 맞설 경제적 능력이 없다. 게다가 트럼프가 취임하면 아마도 위협 수위는 급상승할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지명한 캐시 파텔은 “조 바이든이 선거를 조작하는데 도움을 주고 시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언론인들을 추적할 것”이라며 언론매체를 상대로 노골적인 협박을 가했다.
정부가 언론인들에게 취재원 공개를 강요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등 이들에게 추가 보호막을 제공하는 언론법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통과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난달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공화당은 언론법안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글을 올린 후 이 법안은 상원에서 발이 묶였다. 언론법은 지금도 상원에 계류 중이다.
1933년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유진 메이어는 신문을 위한 7개의 지침을 내놓았는데 그중 첫째가 ‘진실이 확인될 수 있을 만큼 진실을 말하라’이다. 설사 트럼프가 우리를 ‘민중의 적’으로 매도하고 그의 정적들마저 우리를 비겁자 혹은 부역자라 부른다 해도 언론은 진실을 지지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명심해야 할 점은 이것이 사실과 거짓 사이의 일종의 상상적인 중간지점을 찾는 논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거짓말을 할 때 우리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말해야 한다. 자주 인용되는 워싱턴포스트의 팩트 체커 칼럼은 트럼프가 첫 번째 임기 중 쏟아낸 3만573건의 ‘거짓 혹은 사실을 오도하는 주장’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기록했다. 이로 미뤄볼 때 2차 집권기에도 언론은 트럼프의 기록을 수도 없이 수정해야 하고 이로 인해 트럼프의 분노를 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 같은 분노가 닥칠 때 우리는 그것을 견뎌내야 한다. 언론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한다.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언론은 대통령 역시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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