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리튬·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 가격 급락으로 전기차 전환의 속도 조절이 시작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전기차 전환의 선두 주자인 중국은 저렴한 전기차와 부품 소재 수출에 본격 나서는 반면 후발 주자인 미국과 유럽·일본은 보조금과 관세를 통해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의 내수시장 점령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 맞서는 미국과 유럽의 최대 파트너다. K배터리 3사는 2016년부터 유럽 배후 지역인 헝가리와 폴란드에 배터리 생산기지를 건설해 2021년까지 유럽연합(EU) 배터리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했다. 최근 EU 내 K배터리 점유율이 2022년 63.5%, 2023년에는 54.9%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중국 업체들은 41.4%를 차지하며 턱밑까지 올라왔다.
최근 현대차그룹과 K배터리 3사의 전기차·배터리 해외 전략은 EU에서 미국으로 이동해왔다. 당초 미국 배터리 시장은 일본 파나소닉이 1위를 유지해왔으나 IRA법 제정 이후 우리나라가 42.4%로 일본(40.7%)을 제치고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 지역에 2025년 전후로 완공 예정인 배터리 공장은 14곳, 전체 투자 규모만 64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IRA 전기차·배터리 보조금 폐지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와 사업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7500달러의 소비자 구매 보조금이 폐지되면 전기차 판매 가격 1000만 원 인상 효과가 있어 현대차그룹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기업별로 수천억 원의 수혜가 예상되던 생산세액공제(AMPC) 폐지는 우리 기업들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보조금 폐지나 수정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 투자가 진행되는 곳이 공화당 의원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와 뉴욕·매사추세츠·버몬트·워싱턴·오리건 등 미국 6개 주는 내년부터 신차 판매량의 35%를 순수 전기차(BEV)와 수소전기차(FCEV)로 판매해야 하는 법적 의무도 부과한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배터리가 전기차를 넘어 에너지저장장치(ESS),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로보택시), 도심항공교통(UAM), 우주산업 등으로 무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와 파나소닉 합작회사는 에너지밀도가 높지만 비용이 30%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건식 전극 공정을 도입한 4680 배터리 개발을 통해 중국과 한국의 배터리 장악을 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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