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탄핵 정국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국면에서 여야 대표 간 기싸움을 벌이고 나섰다.
30일 여당 사령탑에 오른 권 비대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을 논의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라며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다시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지금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하며 “이제 사법이 할 일은 사법에 맡겨놓고 국회는 국회의 역할을 할 때”라고 야당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국민들은 물론이고 국제사회까지 대한민국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정중히 요청드린다. 입법 폭거를 멈춰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여야정 국정협의체와 관련해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으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좌초됐다"고 비판하며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어려운 민생을 챙기는 일에, 급박한 국제 정세에 대응하는 일에, 혼란스러운 정국을 안정시키는 일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권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지금 하루하루가 너무 힘드신데 우리 당, 우리 국회, 우리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너무나 송구스럽다"며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에 대해서도 "여객기 추락 사고로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께 마음 깊이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의힘은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신속한 사고 수습과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반면 이 대표는 이틀 연속 무안에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동시에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조속한 정국 수습을 강조하며 권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천주교광주대교구청을 방문해 옥현진 대주교와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옥 대주교는 계엄 사태와 관련해 "광주 시민의 불안 요인이 매듭지어지지 않아 불안해하고, 경기도 위축되는 등 여러 상황들이 안 좋기 때문에 빨리 이 일이 수습되길 바란다"며 "무안에서 벌어진 항공사고는 사고대로 유가족 뜻이 잘 받들어지면 좋겠고, 국회 일정은 국회 일정대로 매듭지어져야지 안심하고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국회도 원래 내일 본회의를 미루자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사고 수습은 수습이고, 내란 사태 진압도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 내일부터 본회의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어 "올해는 정말 안 좋은 일이 너무 많이 겹친다"며 "이번 내란 사태 극복 과정에서 천주교에서도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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